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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진 Dec 06. 2023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심근염이 발생할 수 있나요?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아 보상이 거절되었습니다.

Intro


지난 글을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접하는 약들이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의 부작용은 왜 피할 수 없는지 알아보았다.


지난 3년 간 우리를 괴롭힌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찾아왔을 때, 우리 모두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엔 코로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도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검색하면 꽤 많은 글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 많은 빈도로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심근염이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심근염이 발생할 수 있나요?


답은 "그렇다"이다.


조금 질문을 바꿔보자.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심근염이 생겼는데 보상받을 수 있나요?


답은 "백신에 따라 다르다"이다.


백신안전성위원회에 따라 mRNA 백신 (화이자, 모더나) 접종 후 발생한 심근염은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만, 바이러스벡터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접종 후 생긴 심근염은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출처: 뉴스 1 기사 (2023.09.06)


왜 백신 종류에 따라 인과성이 다를까.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 접종 후 심근염이 발생한 경우라면 굉장히 억울할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의약품 부작용과 이상반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오늘 글을 통해 부작용과 약물이상반응이 어떻게 다르고, 대략 어떤 기준으로 인과성을 평가하는지 도움이 되면 좋겠다.


부작용 그거 나쁜 거 아니에요?


부작용본래 목적했던 것 이외의 부수적인 효과를 의미한다. '부작용' 하면 막연히 나쁜 의미로 느껴지지만 사실 좋고 나쁘고의 뜻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말 그대로 '부수적인 효과'이기 때문에 목적했던 것과 다를 뿐 도움이 되는 부작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비아그라''미녹시딜'이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로 유명한 '비아그라'는 원래 고혈압 약으로 개발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임상시험 도중 부작용으로 발기가 보고되었고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 본래 의도했던 고혈압이 아닌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용도로 신약허가를 얻었다.


탈모치료제로 유명한 '미녹시딜'도 마찬가지이다. 원래는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했으나 임상시험 도중 약을 복용한 환자에게서 머리털이 자라나는 것이 관찰되었고, 그렇게 혈압약은 탈모약이 되었다.


Q. 미녹시딜 성분의 '마이녹실'은 바르는 약 아닌가요?
A. 원래는 먹는 약으로 개발되었지만 탈모 부위에 바르기만 해도 털이 자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후 외용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작용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부작용이 꼭 나쁘다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


이상사례 vs 약물이상반응,
몰라도 되지만 알아두면 좋은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사실 이 용어들의 차이는 몰라도 된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며 용어에 대한 부담감은 가지지 말았으면 한다.


이상사례약을 복용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증상이나 이상,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약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약을 먹고 발생했다면 모두 이상사례라 칭한다.


반면, 약물이상반응약과의 인과성이 인정되는 경우만을 말한다. 만약, 약 때문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 경우라면 약물이상반응에 포함한다.


Q. 부작용 vs 이상사례 vs 약물이상반응 용어 차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요?
A.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부작용 : 약 먹고 발생한 부수적인 반응이지만 꼭 나쁜 것만 의미하지는 않음
- 이상사례 : 약 먹고 발생한 나쁜 증상이나 질병을 말함
- 약물이상반응 : 이상사례 중 복용한 약 때문인 경우만 한정함


약 때문에 이상반응이 발생했다는 건 어떻게 판단하죠?
그놈의 인.과.성.


다시 인트로의 코로나19 백신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아래 2023년 10월 머니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사례 신고 건수는 약 48건에 달하고, 이 중 피해보상심의를 신청한 건수는 9만 건이나 된다. 하지만, 실제 보상이 이루어진 건은 2만 4천 건에 불과하다.

출처: 머니투데이 기사 (2023.10.11)


그럼 대강 계산해 보아도 약 7만 건에 대한 보상은 심의에서 '거절'되었음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백신 접종 후 겪은 이상사례를 신고했는데 왜 누구는 보상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했을까.


여기서 튀어나오는 것이 바로 "인과성"이다. 보상심의에서 중요한 키워드인 인과성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판단할까.


인과성은 쉽게 말해 '의약품과 발생한 증상 간 관계가 있는가'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발생하여 피해 보상을 신청하고 심의 결과를 수령한 경우 아마 아래와 비슷한 문구가 있었을 것이다.


백신 접종 OO일 후, OOOO 증상이 발생 후 지속되었으나 [ ~~~~~~~~ ]의 이유로 코로나19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보상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발생한 증상과 복용한 의약품 간 인과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보통 다른 원인에 의한 가능성이 높은 경우이다. 그럼, 어떻게 다른 원인에 의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걸까.


의약품과 부작용(이상사례) 간 인과성은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한다.

1) 시간적 선후관계

: 의약품 복용 후 발생한 증상이어야 한다. 가장 먼저 성립해야 하는 조건으로 의약품 복용 (백신 접종) 전에 증상이 있었다면 의약품에 의한 부작용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 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2) 환자의 병력이나 복용 약물

: 의약품 복용 (백신 접종) 시 앓고 있던 병력이 있거나 함께 복용하고 있던 약물이 있을 경우 이런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만약, 약 복용 후 발생한 증상이 기존에 앓고 있던 병력이나 함께 복용한 약물에 의한 이상반응일 가능성이 높다면 다른 원인에 의한 가능성이 높은 것이므로 인과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3) 예상할 수 있었는지 여부

: 임상시험이나 판매 후 진행된 연구에서 보고된 적이 있었고, 첨부문서에서 확인 가능한 부작용이라면 의약품과의 인과성을 더 고려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백신 별 알려진 이상반응이면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으면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


4) 중단 및 재투여 시 반응 여부

: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의약품의 경우 부작용 발생 시 약을 잠시 끊어봄으로써, 혹은 중단 후 재투여 해봄으로써 해당 증상이 약에 의한 것인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과 이상사례의 인과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100% 동일한 케이스가 있을 리 없고, 매번 다른 건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약처를 비롯한 관계부처에서는 관련 전문가가 제약회사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하여 임상시험이나 의약품 판매 중에 발생한 부작용(이상반응)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늘 글 전반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나라에서 예방접종을 권고하였고, 접종 후 발생하는 이상반응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국가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피해보상을 신청하는 절차가 다른 의약품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약 복용 후 부작용을 겪게 되었을 때, 어떻게 부작용을 접수하고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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