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게 행복인 걸
김홍신선생이 다작의 작가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벌써 139번째 책이라니 놀랍다. 책 중간쯤 나오는 ‘겪어보면 안다’라는 글을 읽다가 전체 목차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 천재는 전체 6장의 소제목들도 책 제목과 연결시켜 놓았다. 소설가답게 수필집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 놓았다. 두 번 놀랬는데 아마도 내용을 읽어가면 세 번째 놀람과 만나게 될듯하다.
겪어보면 안다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
코 막히면 안다, 숨 쉬는 것만도 행복인 걸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사장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 걸
지나 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게 행복인 걸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
1장 한 생각 비틀면 인생이 바뀐다는 것을
2장 살아 있음이 가장 큰 축복이란 것을
3장 마음을 비우면 행복이 채워진다는 것을
4장 더 사랑하고 더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5장 창작의 열정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6장 세상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것을
머리말: 생각의 그물에 갇혀 있나요?
한창 바쁘게 살 때, 제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각각 글 쓰고, 방송하고, 운동하고, 강연하고, 책 읽고, 여행하고 친구들을 만나면 좋겠거니 싶었습니다.
그 당시 삶의 우여곡절을 겪느라 몸과 마음이 괴로운 탓에 별의별 생각을 다 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의 등짐을 지고 허덕이는 ‘생각의 지옥’에 빠져 그 많은 일을 견딜 재주가 없었던 것이지요.
말과 글로 다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생각에 휘둘리며 살고 있습니다. 괴로운 마음을 슬쩍 내려놓으면 좋을 텐데, 그놈의 생각은 달라붙어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불가에서는 수행을 통해 고통에서 헤어 나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집착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워버리는 행위가 최고의 수행이라고 하지요. 그 말에 저는 명산, 마음수련, 참선, 면벽 수행, 죽음 체험, 유서 쓰기, 3천 배 등 여러 수련을 해봤습니다. 하지만 마음 비우기도 그때 잠시뿐, 며칠 지나면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지금까지도 생각의 감옥을 탈출한 자유인으로 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연유로 소설가가 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글 쓰는 일뿐이어서, 요즘도 매일 꾸준히 글을 쓰고 빚으며 생각을 내려놓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자가최면
인간의 유통기한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입니다. 그러나 인생의 유통기한은 사람답게 산 기간을 말합니다. 사라답게 산다는 것은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육신의 건강을 유지하며, 가족과 화평하게 지내고 우정을 돈독히 하며 영혼이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합니다.
아무리 많은 걸 가졌어도 마음이 어둡고 자유롭지 못하면 사람답게 사는 게 아닙니다. 마음이 밝아야 사람답게 사는 겁니다. 세상이 복잡하고 시절인연이 많으며 원하는 게 많을 수밖에 없는 세상살이에 어찌 밝은 마음으로만 살 수 있겠습니까만, 밝은 마음은 결코 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내가 만들어야 합니다. 나를 귀하게 만들면 밝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행복을 붙잡는 방법
생각을 슬쩍 바꾸면 내가 이 세상의 주인 노릇을 하게 됩니다. 주인은 머슴이나 노예와 달라야 하지요. 돈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도 고정관념을 살짝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돈과 노예로 살면 세월은 너무 길고 험난합니다.
돈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기에 세상 사람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안달합니다. 그래서 돈을 손에 쥐려면 피와 땀과 눈물리 묻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돈을 행복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지 결코 절대적인 게 아닙니다. 행복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행복과 불행은 한 곳에 머무른 적이 없습니다. 특히 행복은 잘 흔들리기에 돈이나 물질로 붙잡을 수 없습니다 손이 아닌 마음과 생각으로 붙잡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공짜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속적인 행복에는 결코 공짜가 없습니다. 공짜가 있다면 착각이거나 가짜일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과 마음을 슬쩍 바꾸면, 행복은 대가를 지물 할 필요가 없는 공짜입니다.
如如(여여)한 마음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꿈을 좇되 욕심부리지 않고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면 됩니다. 살다 보면 알게 됩니다. 원하는 것이나 갖고 싶은 것은 자꾸 저만치 도망가고 싫은 것이나 피하고 싶은 것은 자꾸 나를 따라오곤 합니다.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없고, 싫은 걸 다 버릴 수도 없는 게 인생입니다. 내가 꼭 갖고 싶은 것은 다른 사람도 갖고 싶어 하기에 경쟁이 치열합니다. 싫은 것은 다름 사람도 버리고 싶어 하기에 여차하면 네게 오기 십상입니다.
그럴 땐 괴로움도 즐거움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통과시키면 인생은 그럭저럭 살맛 납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좋은 일도 맞이하고 나쁜 일도 맞닥뜨리며, 배부르기도 하고 굶주리기도 합니다, 욱거나 울고, 힘이 생기기도 하고 빠지기도 합니다. 행복에 겨웠다가 불행에 시달리기도 하며, 마음이 넉넉했다가 옹졸해지기도 하며, 살맛이 났다가 죽고 싶을 때도 있는 게 인생입니다. 인생의 부침은 나쁜 게 아니라 사람다운 겁니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따릅니다. 돈으로 사람을 사귀고 세상살이를 한 사람은 돈이 떨어지면 사람들도 사라지게 되니 돈을 모으려고 안달하지요. 죽음이 닥치면 그제야 돈보다 귀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권력으로 사람을 사귀고 세상살이를 한 사람은 권력을 잃지 않으려 별의별 짓을 다 니다. 죽음이 닥치면 그제야 권력보다 귀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명예로 사람을 사귀고 세상살이를 한 사람은 명예를 빼앗기지 않으려 질투, 모함을 가리지 않지만 죽음이 닥치면 그제야 명예보다 귀한 게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인품은 빼앗기지 않는 것이기에 인품으로 사람을 사귀고 세상살이를 한 사람은 늘 如如할 수 있습니다. 如如하다는 것은 분별된 마음 없이 있는 그대로의 마음 상태를 말합니다. 배려하고 베풀고 덕을 쌓았기에, 사랑하고 용서하는 품격을 갖추고 인간 명품으로 살았기에, 사람들이 늘 그의 곁에 오래 머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