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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주관적인 것이지 절대 객관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Jan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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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幸福(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에 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것이나 부모님들 생각은 어떠십니까? 요즘 世態(세태)를 보면 성적순으로 행복한 것은 아니며 성적순으로 성공하는 시대가 아닌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旣成世代(기성세대) 중에도 ‘맞습니다.’라고 맞장구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막상 내 아이가 학교에서 꼴등 했다면 쉽게 맞장구 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올해 대학 입학한 큰 아이는 철 모르고 자유분방한 프레쉬맨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會計司(회계사)가 되고자 하는 큰 아이는 머지않아 꿈을 이루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테고 남들보다 많은 노력을 투자해야 하니 어쩌면 苦難(고난)의 길로 접어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또 다른 목표를 찾아 힘든 길을 가는 과정에서 행복함을 느낀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큰애에 비해 학업에서 뒤처지는 막내가 시험 때라고 도서관에서 새벽 2시까지 공부하는데 시험 보기 직전에 자신이 없었는지 결과를 보지 말고 자기가 노력하는 과정을 봐달라고 합니다. 그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니까. 학교에서 꼴등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컸고 대견해 보이니 아이들을 바라보는 잣대와 수준은 매우 주관적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 커가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작은 아이에게는 학교에서는 5등을 해도 해외 패션트렌드 읽는 것은 1등이니 그것 또한 행복이라고 이야기해주려 합니다. 


 대학 다닐 때 가르쳤던 친구 여동생은 國民倫理(국민윤리) 시험을 보고 와서 ‘오빠, 가정의 행복에 제일 중요한 것이 뭐지?’ ‘돈’이라고 답을 썼는데 틀렸다고 해서 선생님께 따졌다며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꼬마에게 ‘和睦(화목)’이란 정답을 설득시키면서 삐적삐적 땀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때는 제 자신이 행복의 정의에 대해 논할 자격과 지식이 없었기에 교과서적인 이야기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꼬마는 결혼하여 아이 낳고 중년이 되었으니 아이가 커가는 행복을 느꼈을 테고 ‘돈’이 가정의 행복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척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잣대와 마찬가지로 행복을 느끼는 것 또한 주관적인 것이지 절대 객관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큰 차를 굴린다고 행복할 것인가. 평수 넓은 아파트에 산다고 행복의 크기가 비례하여 커질 것인가? 집사람은 예전 울진원자력발전소에 근무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 데리고 한적한 계곡에 들어가 고기 구워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 아직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부모 모시느라 가족들이 함께 놀러 갈 시간이 많지 않았고 아이들도 공부에 전념할 시기가 아니었으므로 별다른 걱정이 없었던 시기라 시원한 계곡에 들어가 삼겹살 구워 먹는 것에 행복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회사 사택에 사니 누구네는 큰집에 산다고 비교할 필요도 없었고 몰고 다니는 차들도 고만고만했으니 낡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시원한 계곡과 삼겹살 한 점으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겠지요. 80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없었고 벤츠 타고 다니는 친구도 없었으니 상대적으로 불행하다고 느낄만한 요인이 없었던 것이 행복을 가져다준 것은 아닐는지요. 


 한참 전 캐나다에 3개월 정도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연어가 잡히는 휴론호수(Lake Huron)를 배경으로 얕은 구릉 위 2-3백 평 정도 너른 대지에 자리 잡은 하얀 집은 코디네이터 집입니다. 뒷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제가 그렸던 理想鄕(이상향)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들도 고민거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정부에서 소득세를 올린다고 하는데 월급은 제자리이고 세금을 많이 떼니 살기가 팍팍하다는 것이 그들의 고민이고 행복을 半減(반감)시키는 요인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림 같은 邸宅(저택)에 살며, 아이들은 천사같이 예쁘고, 부인은 예의 바르고 본인은 유능한 엔지니어였으니 모든 여건이 축복받은 것 같았습니다. 일요일에는 온 가족이 교회 가는 단란한 모습을 보면서 제가 그리던 행복한 삶이었고 이상향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만 살기 팍팍하다며 고민하는 그들 모습에서 완전한 행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음은 신문에 게재된 각국의 幸福指數(행복지수)와 관련된 기사입니다. 선진국이 아니라 생활이 困窮(곤궁)할 것 같은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가장 행복하다는 기사입니다. 경제대국인 미국은 114등, 복지정책이 발달했다는 네덜란드는 43등인 반면 전혀 행복할 것 같지 않은 중남미 소국들이 10등까지 상위권을 차지한 것을 보면 행복은 경제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행복지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내 마음속에 있고 우리가 땀 흘리며 일하는 현장에도 있으며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리는 작은 아파트의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에도 행복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아래기사에 나와 있습니다.)


******** 이하 신문기사 전문 *******

 코스타리카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의 싱크탱크 신경제재단(NEF)이 전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기대 수명, 삶의 만족도, 탄소발자국(환경오염 지표) 등을 평가해 국가별 행복지수(HPI)를 산출한 결과 중앙아메리카 소국 코스타리카가 행복지수 76.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NEF의 행복지수는 국내총생산(GDP) 같은 경제적인 부가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코스타리카는 삶의 만족도에서 세계 최고였고, 평균 수명이 78.5세로 장수국에 속했으며, 에너지의 99%를 재생가능 에너지로 충당했다.  한국은 행복지수 44.5점으로 중위권인 68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평균 수명은 77.9세로 상위그룹에 속했으나 삶의 만족도와 환경 발자국에서는 중간 점수밖에 받지 못했다. 

 이번 조사에서 코스타리카와 함께 도미니카공화국(2위), 자메이카(3위), 과테말라(4위), 콜롬비아(6위), 쿠바(7위), 엘살바도르(8위), 브라질(9위), 온두라스(10위) 등 중남미 국가들이 상위 10위권 중 9개를 휩쓸었다. 베트남이 5위로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최하위 143위 국가는 행복지수 16.6점을 받은 아프리카 짐바브웨였다. 선진국 그룹에서는 네덜란드가 행복지수 50.6점으로 가장 좋은 성적인 43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행복지수 30.7점으로 하위권인 114위를 차지했고, 독일은 48.1점으로 51위, 프랑스는 43.9점으로 71위, 영국은 43.3점으로 74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57.1점으로 20위, 인도는 53점으로 35위에 각각 올랐다.

 NEF의 닉 마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심각한 금융위기, 기후변화의 악화, 원유 생산의 한계 등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우리를 인도할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며 고소비 생활방식이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를 초래하기 전에 복지형 저탄소 경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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