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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 Nov 18. 2024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어도 쉽게 나갈 수 없는 집

어머니의 가출 소동

어머니가 방에서 나오시더니

“야, 여그는  들어오긴 왔는데 나갈 수가 없는 곳이네?”

하시면서 거실을 서성이셨다.


“하하하 엄마도 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현관문 앞 중문을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서 출입문이  보이지 않고 창문만 보이니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당연하다.


어머니 손을 잡고 거실에 놓여있는 락구락구 간이침대에 앉게 해 드렸다.  락구락구 침대는 다리가 불편하여 바닥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시기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오빠가 가져다 놓은 것인데 거실에 나오셔서 텔레비전을 보기도 하고 잠시 누워서 쉴 수 있어 잘 이용하셨다.


요즘 어머니는 시도때도 없이 거실에 나와 두리번 거리며 나갈 곳을 찿는다.  단독주택의 부실한 난방을 위해서 현관문 앞에 커튼을 달아 막아서 출입문을 숨겼다는 것을.알지 못하기에 어디로 나가야할지 몰라 ‘어디로 나간다냐, 어디로 나간다냐. ’하시면서 나에게 물어 보셨다.

요즘따라 부쩍 집으로 가시겠다고 하시면서 나가시려는 어머니 때문에  현관문을 확실하게 가리지 않으면 안되어서 커튼을 쳐 현관문이 보이지 않게 숨겨야만했다.


어머니가 처음으로 밖으로 나가셨을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다리가 불편하여 평지에서도 잘 걷지 못하시는 분이 어떻게 3층에서 계단을 내려가 밖으로 나가셨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때 무슨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지금 생각만 해도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 아찔한 사건이 있었다.





초겨울 약간 추운 날이었다.  

그날따라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던 나는 화장실청소를 마치고 거실에 나와 주방으로 가다가 현관문이  문이 빼꼼하게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바쁘게 문을 닫다 보면 문이 튕겨서 잘 닫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오늘도 그러려니 생각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출입문을 닫았다.  예감이 이상하여  혹시 하는 마음으로 어머니가 계시는 방문을 열어 보았다.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누워계셔야 할 분이 어디로 가셨지? 깜짝 놀라 밖을 내다보니 골목은 텅 비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 엄마! ”


밖으로 뛰어나가면서 골목을 향해 부르면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머릿속은 하얗게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생각을 하면서 큰소리로 불렀다.  언제 나가셨는지도 모르고, 어디까지 가셨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쓰러지지 않으셨는지.


엄마를 부르면서 골목을 뛰어다니는데  내가 부르는 소리 끝에서 어디선가 어머니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곳을 향해서 한 번 더 “엄마” 하고 큰 소리로 불렀더니 또 어머니의 소리가 힘없이 나는 것 같았다.  계속 어머니를 부르면서 소리나는 곳을 찾아서 가보았더니 집에서 조금 떨어진 남의 집 빌라 1층 현관에 서서 문 열어 달라고 하시면서 서 계셨다.   한 손으로는 네 발 지팡이를 짚고 계셨고, 다른 손에는 길에서 주우셨는지 공과금영수증을 들고 계셨다.  


따뜻한 방에서 입은 속옷차림 그대로 나가셔서 추우셨는지 벌벌 떨고 계셨다.  지체할 수 없어 빠르게 손을 잡아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잘 걷지 못하셨다. 대문 앞에 겨우 도달했는데 또 난감했다.  


어머니가 몸이 얼어서 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고, 눈앞에 놓은 것은 3층계단이었다.  어머니가 힘들으셨는지 잠깐 계단에 앉아서 쉬고 싶다고 자꾸 앉으려고 하셨다.  하지만 추워서 그렇게 할 수 없어 어떻게든 빠르게 집으로 들어가서 얼고 있는 어머니의 몸을 녹여드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도와 드릴까요?”


골목에 사람이라고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젊은 남자가 대문을 열고 서 있었다.  급한 마음에 그 남자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 남자는 엄마를 업고  방 안으로 모셔다 주었다.  엄마를 침대에 눕히고 돌아서는데 고맙다고 어디 사시냐고 물어보았다.  그 남자는 그냥 근처에 산다고 괜찮다고 하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어쩌면 저렇게 고마운 사람이 있을까.  그 사람이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고마운 마음이 컸다.  


어머니가 집을 나갔던 그날  이후로는 우리 집 현관문을 꼭꼭 숨겨야만 했다.  


어머니께는 마음대로 들어올 수는 있지만,  쉽게 나갈 수 없는 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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