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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이 Nov 15. 2024

이건 내 바지가 아니야

어머니의 멋진 바지를 찾아서


 부스럭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시계를 보니, 막 자정이 지나고 있었다.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어머니가 옷장 앞에 서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뒷모습이 보였다.  언제부터 그렇게 서 계셨는지 모르지만 금방이라도 넘어질듯한 구부정한 모습으로 네 발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계셨다.  한 손으로 지팡이를 잡고, 한 손으로는 옷을 가까스로 들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참으로 위태해 보였다. 주위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옷들을 있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랫동안 무엇인가 찾고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이 되었다.


어머니는 평소에 잘 걷지 못하신다.  겨우 침대옆에 있는 이동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볼 수 있고, 방문을 열고 2~3미터 정도 떨어진 식탁에 겨우 걸어가셔서 식사를 하실 수 있을 정도시다. 운동을 하자고 손잡고 거실을 왔다 갔다 하자고 하면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신다. 하지만 그분(치매)이 오시면 괴력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디든 못 가시는 곳이 없으시다.  걷는 모습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좌우로 기우뚱기우뚱 흔들거려서 보는 사람이 불안해서 보지 못할 정도지만 거뜬하게 잘 가신다. 그것은 강력하게 원하시는 것이 있어 당신의 몸상태를 고려하지 못하시는 것 같았다.  네 발지팡이를 팡팡 찍으면서 씩씩하게도 밖에 나가신다.  어릴 적 어머니의 고향 이름을 부르시면서 어머니 아버지를 부르며 보고 싶다고 하시며 나가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순식간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시는 것을 붙잡아, 달래는 것도 여러 번 ‘내일 가자고, 따뜻해지면, 아침이 되면, 그것도 안 통하면 차를 운전하는 남편이 오면 차 타고 가자고 설득을 한다.  대게 처음엔 완강히 부인하다가 점차 수긍하고 조용히 들어오실 때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한껏 실랑이를 하고 난 후에는 힘이 부치셨는지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코를 골면서 주무시곤 하신다.  

어머니를 돌보면서 가장 힘든 일이 있다면 막무가내로 밤낯을 가리지 않고 무작정 밖으로 가시려는 어머니를 붙잡아 설득하는 것이었다. 집을 나간 어르신을 찾는다는 메시지가 휴대폰에 뜨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한테도 일어날 수 있음을 아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어머니는 옷걸이에 걸려있는 얌전한 옷들을  일일이 하나씩 잡아당겨서 눈앞에 가까이 대고 이리저리 살펴본 후에 가차 없이 발아래에 떨어뜨렸다. 그건 어머니가 찾는 옷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무엇인가 열중하고 있을 때 힘들어하실까 봐 못하게 만류하면 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어머니가 위험하지 않는 한 지켜보고 있다가 힘이 거의 다 떨어지고 지쳐갈 때쯤 살며시 ‘힘드신데 그만 쉬시는 게 좋겠다 ‘고 하면서 간식을 챙겨드리면 조용히 중단하실 때가 많이 있다.


어머니는 데체 어떤 옷을 찾고 있는 것일까?


옷장에 걸어놓은 옷들을 모두 바닥에 내려지고 나자 이번에는 바닥에 쌓여있는 옷을 집어 들어 살펴보고 이내 다시 떨어뜨렸다.


“엄마, 뭐 찾으세요?”


“응, 내 바지가 없어, 내 바지가 없어졌어. 누가 가져갔나 봐. 내 바지 어디 갔지?”


어머니가 찾는 것은 바지라고 하셨다.  갑자기 생각이 난 바지.  그 바지로 말할 것 같으면 아버지가 사주셨다고 하셨으며 좋은 옷감으로 만들어져서 가장 아끼는 바지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장에 나가시면 어머니의 옷을 잘 사주셨다.  옷의 취향이 어머니에 맞추었는지 아버지에 맞추었는지 모르지만 보라색 옷을 사 입고 오시는 날이 많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의 옷은 보라색이 많이 있었다.  어느 여름날 옅은 연보라색을 물들인 모시 저고리와 수박색 모시 치마를 입고 오셨던 것이 생각난다.  어느 겨울에 입고 오셨던 빌보드 벨벳 옷감으로 만든 짙은 보라색 한복도 잘 어울렸던 것 같았다.  시장에 나갈 때 입었을법한 인견으로 만든 보라색 몸빼바지에 꽃무늬 반팔티도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났다.  그러고 보니 엄마의 외출복은 거의 보라색과 함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보라색을 좋아하시는 줄 알았다..   


세월이 지나 지금생각해 보니, 어쩌면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장날에 나가셨다가, 아버지가 골라주는 보라색 옷을 입으시고 예쁘다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고 난 후에 계속 보라색을 찾아 입으셨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평생을 시골에 사셨어도 피부만큼은 좋으셨다.  타고난 살색이 좋으셔서 그런지 늘 희고 고왔다.  요즘 말로 우유빛깔 피부라고나 할까?  사시사철 농사일을 하시느라 뙤약볕에서 일하시는 시간이 많으셨는데도 검게 타기보다는 빨갛게 익었다가 식으면 피부색이 어느 정도 돌아와 잡티가 별로 생기지 않고 뽀얗게 재생되는 건강한 피부를 지니셨다.  그래서 보라색이 잘 어울렸을 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아, 그 바지?  내가 더러워서 빨아 옥상에다 널었는데? ”


나는 그 바지를 세탁을 해서 옥상에 널었다고 말해버렸다.  어머니가 치매가 심하신 편이라 계속 찾으실 거 같아서 미리 연막을 쳤다. 그러면 엄마도 어쩔 수 없이 바지를 찾는 일을 중단하고, 단념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갑자기 생각난 바지라면 분명 기억 저편 어딘가에 있는 바지가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없다고 하거나 찾지 못하게 하면 분명 되돌이표처럼 반복적으로 바지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일게 뻔하다. 적당히 둘러대서 지금 이 시간에 집중되어 있는 사건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바지는 세탁을 했고, 축축해서 입을 수 없으니 내일 마르면 가져다주겠고 설득을 했다..  하지만 나의 의도와는 달리 어머니는 무슨 소리냐며 당장 옷을 가져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의 눈빛은 의심이 가득했고, 더 다급하게 찾는 것을 보니 내가 바지를 숨겨놓고 돌려주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불안해하시는 것 같았다.  몇 번을 더 차근차근 말씀을 드렸지만 다 듣기 싫다면서 계속 바지를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엄마, 지금은 정말 깜깜해서 밖이 보이지 않아 갈 수 없어요. “


 창문을 열어 지금은 밤이라는 것을 보여 주어도 소용없었다.


“지금은 잠자야 할 시간이란 말이야.  내가 내일 아침에 꼭 가져다준다고 했잖아. 걱정 마시고 주무세요.  지금은 옷이 마르지 않아서 입을 수 없다니깐.”



어머니가 불아해 하는 문제를 빨리 해소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사장을 봐주지 않으셨다.  문제를 빨리 수습하고 잠을 자려는 내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점점 노발대발 소리를 더 지르시며 빨리 옷을 가져오라고 성화를 내셨다.  차근차근 설명하면 설득이 될 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엄마, 바지가 더러워졌으니까 빨았지! 내일 아침에 바지 마르면 가져다준다고 했잖아요오.

제발 오늘은 잠 좀 자자고요.! “


어떻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어머니는 내가 고분고분하지 않고 버럭 지르는 소리에 당황스러웠는지 슬그머니 침대로 돌아와 내일은 꼭 찾아 주어야 한다고 부탁을 하시며 누우셨다. 다행이다.


하지만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으셨다.  그리고 나를 향해  ‘왜 남의 옷을 빨았냐’ 고 소리를 지르셨다.  ‘ 네가 가져오지 않으면 내가 가지러 가겠다’  엄포를 놓으시며 지팡이를 잡아 들고일어나려고 엉덩이를 들썩거리셨다.   침대에 걸터앉아 백세에 가까운 나이도 무색하게 치매끼가 발동하는 날은 어디서 힘이 나오는지 황소고집에 힘이 장사가 따로 없었다.. 소통이 불가해졌고,  해결책도 없는 나는 잠을 잘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땐 순리를 따르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바지를 찾는데 진정성을 보여주고 설득하는 편이 좋을 듯싶었다.


“엄마, 내가 지금 가지고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그려 어서 가져와!”


어머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는 옥상에 올라갔다.  

옥탑 처마밑에 투명한 재질로 비가림을 해 놓았다.  필요하면 즉각 옥상에  올라가 빨래를 널을 수도 있고 마른빨래를 걷어올 수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빨래건조기 같은 존재다. 남편이 비가 올 때와 겨울철 빨래 건조를 위해 만든 것이다.

막상 옥상에 올라오니 시원한 새벽 공기가 흥분한 내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한 번 심호흡을 크게 하고, 오전에 세탁해서 널었던 빨래를 만져보니 새벽공기에 조금 눅눅해지긴 했어도 잘 말라 있었다.  주섬주섬 어머니의 옷을 찾아 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옥상에서 빠르게 내려왔다.


바구니에 담긴 어머니의 옷을 가지런히 개켜서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어머니는 평소에 입는 바지들과 웃옷, 속옷들이었다.  어머니는 하나하나 들춰보며 ‘내 옷이 아니야, 내 옷이 아니야’ 하면서 침대 밑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곤 당신이 찾는 바지는 왜 없냐고 하시면서 나를 바라보셨다.

나는 더 이상 옷이 없다고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엄마, 나도 모르겠어 나는 그만 잘 테야. 너무 힘들어! “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버렸다.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을 만큼 꼭꼭 이불속에 나를 숨겨버렸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그 후로도 날마다 어머니는  찾을 수 없는 바지를 찾아 달라고 나를 애절하게 바라보곤 하셨다.

어머니의 겨울바지까지 모두 다 보여드렸지만, 어머니가 원하는 바지는 찾을 수 없었다.


“엄마, 어떻게 생긴 바지예요?”


“ 거 있잖아, 절에 다닐 때도 입었고, 정말 좋은 바지인데. … 너희 아버지가 사준 바지... 몰라?.”


하시면서 왜 그 바지를 모르는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되묻기까지 하셨다.


“네가 남이라면 … 네가 입으려고 가져갔나 의심했을 텐데.. 으 음... 네가 그러지 않았을 테고...”


라고 말씀하시면서  나를 보시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으셨다.   의심의 눈초리로 내 눈을 뚫어져라 꿰뚫어 보시듯 하시며 은근히 나를 떠보시기도 하셨다.


그러면 나는 펄쩍 뛰면서 엄마 바지가 내게 전혀 맞지 않아서 주셔도 입을 수 없다고 하면은 슬그머니 꽁무리를 빼듯

‘그러게 말이다.’ 하시면서도 바지를 쉽게 포기하지 않으셨다.  

내가 의심이 가지만 대놓고 ‘내 바지를 네가 가져갔냐?’ 물어보시기가 머쓱하셨는지 한참 동안  더 이상 묻지 않으시다가도 참지 못하고 의심이 가는 눈초리로 보시며 갑자기


“네가, 입으려고 가져갔냐?”


하시며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시기에 이르렀다.


어머니가 날마다 바지를 찾으시겠다고 옷장을 뒤죽박죽 해놓으셔서 짜증을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바지를 찾는 소동은 밤이고 낮이고 멈출 줄을 몰랐다.

이러다가 넘어지시기라도 하면 큰일이기도 하고, 오매불망 바지를 찾지 못해 병이 나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순이언니가 입고 갔다고 하면 사건이 좀 해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와 함께 잘 지낸 시간도 있었으니 딸이 입고 갔다고 하면 어머니가 바지 찾는 일을 좀 늦추지 않을까 해서였다.

 

“엄마, 그 바지 순이언니가 입고 갔잖아. 언니 바지 없다고 하니까 엄마가 입고 가라고 주셨잖아, 엄마, 그거 잊어버렸어?‘“


나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며 당신이 순이언니에게 입고 가라 주었다고 밀어붙였다.


“내가 언제?  난 안 주었어. 그년이 입고 갔다고?  허 허. 왜, 남의 옷을 입고 갔다냐? 지옷은 언제 다 입으려고,... 옷장에 옷이 꽉 찼더니만... “


어머니는 버럭 화를 내시면서 기가 막히시다는 듯이 욕까지 하시는 것이었다.

누가 치매가 단기기억증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6개월 전까지 언니네 집에서 계셨었는데 순이언니 옷장에 옷이 가득 들어있다는 것을 단박에 기억해 내시고 혀를 끌끌 차시는 것이었다.


그 후 밤낮으로 옷장을 뒤지는 일은 하지 않으셨지만, 바지가 생각날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순이언지 욕을 큰소리로 하시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바지에 너무 집중해서 몸 상하실까 걱정으로 거짓말을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순이언니가 욕을 왕창 먹고 있다는 것이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사위가 퇴근해서 보이기만 하면

‘순이 그년이 왜 내 바지를 입고 갔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기가 막히다는 듯이 토로하시니 이 문제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는 일이었다.

치매를 앓게 되면 자주 깜빡깜빡 잊어버리고 잊어버린 기억이 다시 되돌아오지 않으며, 아주 까맣게 잊어버린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엇인가 집착을 하면 정상인보다 더 기억력이 좋은 것 같았다.  

어머니가 치매라 해서 어설프게 속이려고 했다가 되려 더 힘들어지게 된 꼴이 되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어머니가 바지 찾는 일을 순순히 단념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찾는 바지와 비슷한 것을 구해주면 혹시 괜찮아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찾는 바지.  어머니가 원하는 바지.  어머니의 기억 속에 있는 딱 맞는 바지. 어머니가 흡족해하고 안심할 수 있는 바지를 찾아서 보여주고 만족시키면 되지 않을까.


“엄마, 이 바지가 엄마 꺼야?”


 내 바지를 서너 개 가져와 어머니 앞에 놓아 드렸다.

엄마는 이리저리 바지를 살펴보시고는 고개를 흔드셨다.


“ 내 바지는 이렇게 안생겼쓰야. 얼마나 좋은 기지로 만들었다고...”


좋은 옷감으로 만들었다는 힌트를 얻어서 내 정장 바지를 찾아와 보여드렸다.  어머니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이리 저러 만져보고 저리 만져보시더니 입어보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어머니의 허벅지정도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어머니께는 턱없이 작은 옷이었다.

이번에 남편 바지를 가져다 드렸다.  어머니가 찾던 바지와 비슷했는지 당장 입어 보셨다.  하지만 허리가 30인 남편의 옷이 맞을 리가 없었다. 간신히 허리까지 올리기는 했지만 허리를 잠글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남편의 바지도  침대 밖으로 던져 버렸다.


우리 집에 있는 바지는 모두 어머니의 점검을 받았지만 어머니의 마음에 쏙 드는 바지는 찾지 못했다.








어머니가 주무시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어머니가 남편의 바지를 입고 주무시고 계셨다.  억지로 바지를 올려 입고 곤히 주무시고 계셨다.  비록 허리가 맞지 않아 바지 앞이 떡 벌어진 채 입고 계셨지만 편안하게 주무시는 것을 보니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무시다 화장실을 수시로 가시는데, 바지에 걸려 넘어지면 큰일이다.  바지를 살며시 잡아당겨서 벗기려고 했을 때 금세 눈을 뜨고 손으로 바지를 꼭 잡고 놓아주지 않으셨다.


“엄마, 이건 박서방 바지예요.  엄마 바지가 아니라니깐.”


엄마는 바지를 뺏기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해 부여잡고 놔주지 않았다.  사생결단.  


“왜 그랴, 왜 그랴!”


이렇게 어머니가 다급하게 외쳤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찾는 바지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얘, 제부 바지 안 입는 것 있으면 한 개만 가져다 줄래? “


허리사이즈가 36 정도 되는 제부의 바지라면 그토록 찾았고, 입어 보고 싶어 하는 어머니에게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 이거 엄마 꺼야? “


검은색 바지.  사위의 바지를  받고 어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바지를 한 손으로 받쳐 들고 한 손으로  바지 위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어디서 찾았냐며 좋아하셨다.


“야, 이거 좀 봐라.  얼마나 고우냐.”

나에게 자랑이라도 하듯 보여주셨다.


“엄마, 입어 볼까?”


어머니는 바지를 입으셨다.  바지의 길이는 꽤 길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으셨다.  바지 허리 사이즈가 넉넉하고 편안하게 맞아서 그런지 흡족해하셨다. 그리고 한동안 그 바지를 입고 계셨다.  바지단이 길어서 여러 번 접어 올려 엉성해 보였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편하게 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반듯하게 잘 개어진 바지를 내밀었다.  


“ 너 입어라!”


어머니가 나에게 바지를 내밀었다.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바지를 나에게  주시면서 그렇게 흡족해하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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