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드시게 하고 싶지만
"여그는 밥 안주는 딩가벼"
"배고파"
"그려, 그려..."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혼자 계시는데? 생각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보니 어머니가 베개를 만지작거리며 옆으로 누워서 말씀하시고 계셨다.
마치 베개가 사람인 듯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그리고 나를 보자 바로 말씀하신다.
“나, 밥. 좀. 줘.”
한 시간 전쯤 어머니는 아침식사를 하셨었다.
좋아하시는 시금치된장국에 밥 한 그릇을 말아 맛있게 잘 드시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셨었다.
"엄마, 아까 밥 드셨잖아요."
어머니는 보라는 둑이 배를 문지르며
"그래도 배고프다,...
나 밥 좀 줘.”
슬픈 표정을 지으신다.
어머니는 치매시다. 금방 식사를 하시고도 밥을 먹지 않으셨다고, 언제 밥 줬냐고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딱 잡아떼신다.
그럴 때 식사를 하셨다고 빈 그릇을 보여드려도 믿지 않으신다.
“내가 언제 밥 먹었다고 그랴... “
내가 여러 번 말씀드리면 그제야 밥 먹어도 배고프다 하신다.
‘어머님이 먹는 치매로 오신 거 같아요’
주가보호센터에서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센터에서도 식사하시고도 계속 배고프시다고 밥 달라고 하신다고 했다.
먹는 치매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어머니가 식사를 하시고 소화가 빨리 되어서 속이 허전해지면 밥을 드시지 않았나 생각하시고 밥을 달라고 하시는 것 같아서 간식으로 사과 한 조각을 얇게 잘라 접시에 담아서 드리면 금세 환하게 웃으시며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확실히 먹는 것을 좋아하신다. 당뇨가 심하셔서 약을 드시고 계시니 마음껏 간식을 드리지 못하는 나에게 남편은 말한다.
“어머니가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어. 사시는 동안 드시고 싶은 것 마음껏 드시게 해 드려.”
하면서 자기 밥 한 숟가락 더 드리기도 한다.
나는 이 말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
고혈압에 당뇨, 고지혈증 약을 드시고 있으신데 어떻게 먹고 싶으신 대로 다 드시게 할 수 있겠냐고 말한다.
동생집에 일주일 다녀오시고 다리가 퉁퉁 부어 오셨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동생도 남편처럼 엄마가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냐고 식탁에 간식을 준비해 두고 언제든지 마음껏 드실 수 있게 했다고 했다.
치매로 먹는 욕구는 많으시고 약은 잘 안 드시려고 하니 드시는 것을 조절해드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시는 동안 조금이라도 덜 아프시고 잘 계시다가 가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