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로 마스크를 만들고 싶은 어머니
어머니 침대 아래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엄마, 여기에 웬 돈이 떨어져 있지? “
“내 주머니에서 빠졌어!”
하시면서 얼른 받아서 가방을 찾는다.
가방을 열고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천 원짜리 지폐를 포개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말씀하신다.
“이건 좀 찌깐하네?”
“엄마, 그건 천 원짜리라서 그래요. “
어머니는 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시는 듯했다.
오늘은 천 원짜리가 예사롭지 않으신지 자꾸 쓰다듬으신다.
어머니는 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를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하시는 듯하셔도 만 원짜리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계신 듯했다. 용돈을 좀 달라고 하면서 두 손을 내밀면 마지못해 가방에서 돈을 꺼내서 가지런히 정리 정돈을 한 다음에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주셨다.
“엄마, 이거 말고 이거 주시면 안 될까요? “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천 원짜리를 손에 쥐어 드리고 만 원짜리를 가리키며 달라고 떼를 써보지만 만 원짜리는 꼭 쥐고 천 원짜리를 빼 준다.
“이건 차비해야 하니까 이거 받아.”
계속 달라고 하니까 천 원짜리 네 장을 더 주셨다.
“이제 되었지?”
그리고 만 원짜리 지폐를 소중하게 휴지에 꼭꼭 써서 가방에 넣었다.
언젠가 어머니가 딸은 귀여운 도둑이라고 하신 적이 있었다. 오늘도 그렇게 생각하시고 돈을 더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가방을 자꾸 열었다 닫았다 하신다. 가방 속에 들어있는 것들을 모두 꺼내어 확인해 보고 다시 넣어 옆에 두고 주무신다. 언제부터인지 가방이 빵빵해져 있어서 무엇을 넣으셨나 보았더니 갑 티슈 한 통을 뽑아 모두 가방에 넣어 두고 소중하게 간직하셨다.
“엄마, 이거 뭐 하려고 이렇게 많이 넣었어?”
“똥 닦으려고! ”
예상치 못한 어머니 말에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어머니가 네모난 휴지를 챙기기 시작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네모난 휴지가 마스크를 만들기 딱 좋은 천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침대에 앉아서 나를 불러서 가보았더니 바늘을 찾아 달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바늘이 필요하지 않는데 왜 자꾸 바늘을 찾으시냐고 물어보았더니, 여기 좋은 천은 많이 있는데 바늘이 없어서 마스크를 만들 수 없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휴지를 반으로 접어서 입에 대 보이시면서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휴지가 아니고 흰색 천이었다면 마스크를 만들기 딱 좋은 크기였다.
“엄마, 이건 휴지예요. 마스크를 만들 수 없어요.”
“마스크가 시꺼매서 쓰겠디야, 그래서 마스크 만들어 쓰려고 그런다.”
어머니가 지지 않고 말씀하셨다.
그 무렵 흰색 마스크가 다 떨어져서 내가 쓰는 검은색 마스크를 드렸더니 아무 말 없이 잘 사용하셔서 괜찮나 했는데 속으로는 좀 신경이 쓰이셨나 보다.
그 후로도 네모난 휴지를 보면 꼭 가방에 잘 챙겨두셨다.
휴지 한 통을 다 빼서 가방에 접어서 넣어 두셨는데 얼마나 뿌듯해하시던지. 가방을 열어 보시면서 흡족해하시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렇게 가방은 어머니에게는 큰 힘이 되어 주는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