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리머(Dreamer)
성우는 이제 대학 졸업반이다.
컴퓨터공학 전공.
미국 IT 기업에서 인턴십을 했고, 졸업 후 정식 채용 제안도 받았다.
회사는 그를 인정했다.
성실했고, 똑똑했고, 무엇보다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는 데 능했다.
그러나 문제는 성우가 아니라,
그의 ‘신분’이었다.
그는 DACA 수혜자다.
불법체류 신분으로 부모와 함께 국경을 넘었고,
미국에서 자라 미국식 교육을 받았으며,
영어가 더 익숙한 청년.
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이 나라밖에 모르는,
‘드리머(Dreamer)’였다.
“우리 회사는 비자 지원 안 해주는데… 혹시 너, 영주권이나 시민권 있어?”
채용 담당자가 물었다.
성우는 잠시 망설였다.
이력서 어디에도 그런 항목은 없었다.
대답해야 할 의무도 없었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날 밤, 성우는 노트북 앞에 앉았다.
브라우저 창을 연 채,
하나씩 키워드를 검색했다.
‘DACA 폐지 트럼프 정부’
‘드리머 추방 대상자 증가’
‘법원, DACA 신규 신청 차단 유지’
‘2025년 9월 만료 예정’
언론은 다투듯 불안을 복제하고 있었다.
링크를 클릭할 때마다 그의 미래는
한 글자씩 흔들리고 있었다.
다음 날, 그는 아버지 병태에게 말했다.
“아빠, 나 진짜 잡 오퍼 받았어요.
근데 이거 유지하려면 OPT 끝나기 전에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해요.”
병태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오래된 담배를 손에 쥐고, 불도 붙이지 않은 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 눈빛 안엔
미안함과 자랑스러움,
그리고 묵직한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 회사… 많이 좋은 데야?”
“네. 실리콘밸리 쪽.
근데… 영주권 없으면 1년짜리 OPT 끝나고는 남기 어렵대요.”
병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
“성우야.
혹시라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그때는 내가 먼저 갈게.
넌 여기 있어.
여기가 너한텐 고향이잖니.”
그 말은,
이제야 자신이 이민자로서 아닌,
아버지로서 말하고 있다는 듯
낯설고도 결연했다.
성우는 침묵했다.
그 침묵은 마음속에서 천천히
무언가를 밀어올렸다.
그는 이 나라에서 자랐다.
프롬을 가고, SAT를 보고,
스쿨버스에서 도시락을 까먹고,
‘파더’가 아니라 ‘Dad’라고 부르며 자랐다.
그러나 시민은 아니었다.
잠재적인 추방 대상자.
법적으로는 ‘합법적이지 않은 청년’.
그런 그에게 ‘꿈을 꾼다’는 말은
늘 현실과의 대결이었다.
신분은 꿈보다 앞서 물었고,
꿈은 늘 입구에서 머뭇거렸다.
학교에서 수석 졸업장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력서 첫 줄에서 멈출 수 있다는 걸
그는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그 밤,
성우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아직 꿈을 꿔도 될까?”
“이 이야기는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으로, 특정 인물이나 사실을 단정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