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사랑이었을까, 생존이었을까

위로인가, 제안인가

by 운조



성우는 매일 이민국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다.

DACA 갱신 신청은 이번이 세 번째.

제도는 언제 끝날지 몰랐고, 정치 뉴스는 늘 그들의 존재를 ‘단속 대상’으로만 다뤘다.


졸업식은 축제 같았지만, 그에겐 끝을 알 수 없는 시작이었다.

친구들은 정규직 오퍼를 받고 각자의 도시로 떠났지만,

성우는 그 자리에 남아 ‘다음’이 없는 상태로 메일함만 들여다보았다.


그즈음 그는 에린을 만났다.

같은 랩실에서 일하던 동료였다.

밝고 명랑했고, 그의 영어 문장을 종종 고쳐주던 사람이었다.

성우는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었다.

에린은 더 빨랐다.


“나랑 같이 살래?”

에린이 먼저 말했다.

“우리 계약 연장하지 말고, 아예 같이 집 구하자.”


성우는 그 말 뒤에 따라오는 다른 문장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며칠 후, 에린은 그의 책상 위에 흰 봉투를 올려놓았다.

“이건, 네가 말하지 않으니까 내가 먼저 묻는 거야.

너 불법 체류자야?”


성우는 숨이 턱 막혔다.

그는 사실을 말했고, DACA의 의미와 한계를 설명했다.

그리고 이별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에린은 말했다.

“그럼… 결혼하면 되잖아.

나 시민권자야. 너한텐 도움이 되잖아.”


그 말은 위로였을까, 제안이었을까.

성우는 알 수 없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렇게까지 해도 돼?

나는 너를 좋아하지만,

그걸로 신분을 얻는 게,

사랑일까 생존일까 혼란스러워.”


에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결혼은 조용히 이루어졌다.

가족을 초대하지 않았고, 친구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성우는 자신의 선택이 누구에게도 자랑스럽지 않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인터뷰는 예상보다 간단했다.

사진 몇 장, 주소지 증명, 그리고 짧은 질의응답.

“서로 어떻게 만났습니까?”

“그가 좋아하는 음식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그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물었다.

이건 사랑인가, 아니면 생존인가.


영주권이 승인된 날,

성우는 혼자 공원 벤치에 앉아 오래 울었다.

어릴 적 트렁크에 숨어 국경을 넘어왔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날 이후 처음으로, 이제는 추방되지 않아도 되는 삶이 찾아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는 에린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 안에는 끝없는 미안함도 함께 들어 있었다.


밤이 되어, 그는 오래된 노트북을 켜고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이

그 사랑을 통해 얻은 합법 신분을 덮어주기를."


"나는 이제 겨우 한 발을 이 땅에 디뎠다.

하지만 여전히, 그 발밑이 불안하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으로, 특정 인물이나 사실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