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 모습이 아름답기를

뒤늦게 후회하면 회복할 시간이 없다

by 구쓰범프

'나이 들수록 돈과 권력을 욕심내면 반드시 망한다.'


사주명리학 연구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조용헌 선생이 여러 글과 강연에서 자주 강조하는 말이다. 200여 년 동안 9대 진사와 12대 만석꾼을 배출한 경주 최부자집 사례를 들어 그 논리를 전한다.


최 부자 집안은 대대로 벼슬이 높아지면 당쟁에 휘말려 목숨을 잃거나, 역적으로 몰려 재산을 다 뺏길 위험이 있으니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말고, 재물은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는 원칙을 지킨다. 뿐만 아니라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들이지 못하게 하고, 찾아오는 과객을 융숭히 대접하도록 했다는 게 그 집안에 내려오는 전통이었다 한다.




조선시대에도 이런 가치관으로 산 사람들이 있었는데,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운 이들이 있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78세의 전직 유명 대학 총장이 또 다른 권세를 누리기 위해 권력자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리더로 알려져 있던 사람이 매관매직을 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이미 명예와 부를 충분히 가졌음에도 뭐가 부족해서 남들은 은퇴하고 쉴 나이에 권력을 쫓으려 했을까. 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밤을 지새울 것이며, 인생 말년에 사법기관의 치도곤을 겪으며 어떤 깨달음을 얻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A는 늦은 나이까지 회사를 옮겨 다니며 직장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맛 본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젠틀하고 품격이 있으며, 비즈니스맨으로는 드물게 음악과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남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런데 이런 겉모습과는 다르게 가까이서 그를 지켜본 이들은 사뭇 다른 평가를 한다. 생각보다 통이 크지 않고 끊임없이 돈과 권력에 욕심을 부리며, 그가 자부하는 예술에 대한 소양도 사실 끝까지 들여다 보면 겉핥기 수준이어서 실망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서 겪은 일들을 자랑하듯 쓴 책을 주변인들에게 강매하다시피 권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여러 권의 책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토로에는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어떻게 내가 알고 있던 그 리더의 앞과 뒤가 이렇게도 다를 수 있는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과거가 대단했더라도 마지막이 이렇게 장식되면 끝내 뒷사람들의 험담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앞에서야 좋은 모습으로 대하겠지만 면전에서 멀어질수록 불평과 비웃는 웃음소리가 커진다. 남들은 다 아는 데 본인만 모르고 지내다 결국은 허무한 결말 앞에 서게 된다.




세상 누구도 영원한 권력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권불 3년이요,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는 것이다. 권세는 오래가지 못하고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못 간다는 뜻이다.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력자일지라도 나이가 들면 새로운 세대에게 그 힘을 넘겨주고 물러나는 게 인생과 자연의 섭리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마지막을 권좌에서 내려와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힘을 쏟고자 한다.


한 대형병원에서 성공적인 의료인으로 생활하다 은퇴하고 자신의 고향 작은 보건지소에서 노인들을 치료하며 보내는 의사가 있다. 병원을 개원하거나 또 다른 자리를 찾으려고 들면 쉽게 이룰 수 있는 사람임에도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기보다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을 한다.


그동안 누렸던 부와 권세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일이라 여길지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이전의 삶보다도 더명예롭고 값진 모습이다. 스스로만 그런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이미 존경을 담고 있을테니 얼마나 멋지고 영예로운 인생인가.


이런 귀감들이 차고 넘쳐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사회가 건강하고 미래가 있는 사회다. 반대로 가물에 콩나듯한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봐야 한다.




조선 인조~효종 때 권세를 누리다 몰락한 대표적인 인물로 김자점이라는 사람이 있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를 왕위에 세운 후 반정공신으로 급부상해 인조 말기와 효종 초기에는 사실상 당대의 최고 실세로 군림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은 데서 그의 비극이 시작된다.


그는 정치 권력뿐 아니라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 지방의 토지를 대거 사들이고, 권세를 이용해 사치를 누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부를 키우려는 그의 행보는 백성들의 원성을 샀고, 동료 대신들의 시기와 반감을 키웠다. 결국 돈과 권력을 동시에 움켜쥐려 한 욕심은 정치적 고립을 불러와 효종 즉위 후 왕권 강화의 걸림돌로 인식되어 역모 혐의로 사형을 당하고 가문도 풍비박산이 난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붙잡아야 할 때와 내려놓아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면 인생이 불행해질 수 있다. 끝까지 놓지 못하는 욕심의 결말과 스스로 내려놓는 자의 마지막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 차이를 보여준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를 모르는 게 아니다.

문제는 실천이다. 아무리 화려한 언변으로 장식을 해도 실행이 따르지 않으면 결국에는 빈 껍데기일 뿐이다. 선과 악을, 옳음과 그름을 구별할 줄 안다면, 하루라도 늦기 전에 생각을 바꾸고 행동에 나서기 바란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뒷 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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