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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roblem

21세기 사회학의 난제

by 이차원 Mar 03. 2025

*본고의 제목과 본문에서 사용한 '한국 문제(Korean Problem)'이라는 표현은 특별히 학술적으로 차용한 단어는 아니며,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는 광범위한 사회 현상을 지칭하기 위해서 저자가 자의적으로 사용한 표현임을 밝힙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급격한 고도 성장 이후의 사회 문제들로 진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제는 0.7로 대표되는 전대미문의 너무나도 낮은 출산율은 지금의 한국 사회의 화두이다. 문제의 완성은 저출산이지만, 시작은 약 20여년 전부터 몇 년 마다 한번씩 'OECD 국가중 1위'라며 이야기 되어 왔던 자살률이다.  이 둘을 합쳐서 혹자들은 고인물들은 게임들을 접고 있고, 신규 유저들은 유입이 안된다며 흔히 말하는 '섭종(서버 종료)론'을 펼치기도 한다. 재밌는 비유다. 단순한 수치로 표현되어 있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이것들은 서버를 종료하는 게임이 다사다난한 과정을 걸치듯이 다년간의-적어도 2000년대 초반부터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문제가 쌓여 있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좀처럼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1세기 최고의 사회학적 난제가 한국 문제(Korean Problem)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풀 수는 없다 해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항상 현상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것 부터 시작이니, 현재와 과거 그리고 한국의 문화 등의 여러가지 측면에서 생각을 해보고자 한다.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고 나서 유튜브에서는 한 연구가 이슈가 되었다. 바로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실험한 칼훈 박사의 'Universe 25' 실험이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덮혀 있으며 물과 먹이 등이 풍족한 방대한 공간(박사는 이곳을 '쥐들의 유토피아'라고 불렀다고 한다)에, 몇 쌍의 쥐들을 가져다 놓으면서 실험은 시작되었다. 이 천국과도 같은 공간에서 쥐들은 끝없는 번영을 누리는 것 같았으나, 인구가 일정 수준에 이르게 되면서 쥐들의 왕국은 몰락하기 시작한다. 쥐들의 개체 수가 많아졌음에도 땅은 모두가 살기에 풍족했지만 쥐들의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마치 인간이 도심과 비도심을 구분하고 부자들이 다주택자가 되듯이, 소수의 강한 수컷과 그를 따르는 암컷들이 중심 지역의 넓은 방들을 독점하며 나머지 생쥐들은 바깥 지역으로 떠밀려 따닥따닥 붙어서 생활했다. 소위 말하는 빈민가(Slum)가 형성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 유지되자 이 사회에는 한가지 특이한 현상이 관측되기 시작하는데, 바로 모두가 새끼를 낳지 않게 된 것이다. 빈민가의 쥐들은 스스로를 돌볼 상황이 아니었고, 중심 지역의 쥐들은 다른 알파 쥐들과 침입하는 베타 쥐들로부터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 모든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극도에 이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사회에는 알파부터 베타까지 모든 쥐들이 스스로를 가꾸는 데만 신경쓰는 존재들(beautiful ones)가 되어 버리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https://www.news1.kr/society/general-society/5250414


 물론 칼훈 박사는 이 연구를 마치면서 이는 동물 연구일 뿐이고, 이성을 가진 존재인 인간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소수의 쥐들이 번식하며 시작되었기에 근친 상간의 유전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본 연구의 문제를 지적하는 분들도 많다. 다만, 필자는 물론 동물 사회와 인간 사회는 다른 면이 많으나, 몇가지의 아주 특수한 조건이 갖추어 진다면 이 현상이 인간 사회에 적용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본다. 눈치 빠른 독자분들은 이미 아셨겠지만, 당연히 이 조건들을 한국이 아주 잘 만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첫 번째 요건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폐쇄적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요건은 '구성원들이 자신을 물질적인 조건 이외의 조건으로 특별한 존재로 지칭 할 수 있는 문화적인 장치가 없을 것', 다시 말하면 '전체주의적인 문화일 것'이다. 외부로 구성원들이 탈출하지 못하면서 유물론적 전체주의 관점에 빠져 있다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공격하다가 자손을 낳는 것을 포기해버리는 쥐들처럼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는 흥미롭게도 동아시아 3국에서 실험의 'Beautiful Ones'와 비교되는 세대들(사토리 세대, 탕핑족 세대, 욜로 세대)가 등장한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표적인 문화적 공통 배경은 바로 유교라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아주 독특한 사상이다. 유교는 종교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현실에 집중하는 독특한 종교이다. 이는 유물론적 사고와 연결되어서 결국 문화 구조 속에 고차원적 사고보다는 단순한 사고를 강조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라'라는 말이 유독 많은 우리 나라 말을 생각해보자. 또한 현실에서의 규율과 질서의 확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 문화는 연공 서열, 남여의 구별 등을 통한 수직적인 구조의 확립을 통해 그 구조의 끝에 서 있는 자에게 모두를 다스리는(필자는 이것이 통제에 가깝다고 본다) 권력을 주도록 권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는 멋져 보이는 조선 시대의 사극과는 다르게, 사회의 구조를 보다 동물적으로 바꿔놓는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문화를 바탕으로 시작한 서양권과 다르게 동아시아에서 자유주의, 민주주의의 정착이 더딘 이유이기도 하다.


 지정학적인 이유로 섬나라처럼 (심지어는 위쪽 바다는 쓰지 못하는) 변해버려 다른 나라와 교류가 적고 경제적으로 싼 육로를 사용할 수 없는 데다가, 언어는 고립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데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지리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해서 접근성 자체가 떨어지는 한국에서는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타국으로 이민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유교 문화권하에서 모두 '아파트'로 대표되는 똑같은 규격 속에 살아가며, 극심한 경쟁 및 눈치에 시달리는 구성원들이 점점 모든 것에 지쳐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해외 여행과 헬스 열풍이 다년간 불어왔다는 것을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그것들이 모두 'Beautiful Ones'에 해당하는 예시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몰두하며 즐거움을 찾는 데에 모든 것을 소비하는, 소위 말하는 'Yolo(You live once) 문화가 점점 더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과 문화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것이다. 결국 이런 공간 하에서 각 개인들은 다른 공통체의 구성원들과 다르게 '가족'과 같은 가치를 굉장히 낮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25718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혹자들은 개인주의로 완전히 전환하면 되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그것이 꼭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가혹하게 말해서 동아시아 국가들, 특히 한국이 으레 말하듯이 '자살 공화국'이라면,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 지상주의', '개인주의' 국가들은 '타살 공화국'이다. 총기 소지 허용 등으로 대표되는 개인의 권한의 무제한 허용은 각 사람의 정신건강은 지킬 수 있겠지만, 생명은 앗아갈 수 밖에 없다. 양극단은 통한다고, 방향만 다르고 죽음의 땅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두 문화가 서로를 보며 배울 필요는 있다고 보인다. 결국은 원론적으로 느껴질 지라도, 어떠한 방식일지는 여기서 논하지는 않겠지만 통일을 통하여서 지정학적인 문제를 해결해 버리든지, 아니면 의식적으로 각각의 개성과 생명을 존중하는-돈과 물질 의외에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문화 운동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강력한 외부효과 혹은 의식적인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저 '아이를 많이 낳자'는 외침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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