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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May 31. 2024

러브 ‘트라이앵글’ : 남의 삼각관계에 끼어들었던 일

LOVE TRIANGLE

   20년 전에 친한 동생 현주(가명)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와 가까웠기에 내 절친이었던 남원(가명)이와 태훈(역시 가명)이 역시 현주와 아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남원이에게 연락이 왔다.

   술 한잔 하자는 거였다. 술집에서 기다리던 그 녀석은 심각한 표정으로 연신 소주를 들이켰다. 그러더니 얼마 전부터 현주를 좋아하고 있었고, 내가 중간에 좀 도와줘야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남원이는 현주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녀석의 지난 행동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태훈이도 술자리에 도착했다.


   20대 남자 애들은 뻔하다.

   고민을 하느라 술을 먹는지, 술을 먹으려고 고민을 하는지.


   그렇게 술을 마시는 날은 반복되었고, 녀석이 현주를 좋아한다는 이야기, 어떻게 대시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만 주야장천 들어야 했다.


   이놈은 실행은 없고 심각한 표정으로 매번 고민만 했다.


   "오빠, 물어볼 게 있는데 잠깐 볼 수 있어요?"


   어느 날 현주에게 연락이 왔다.

   저녁 무렵 학교 근처 약속 장소로 현주를 만나러 나갔다.


   "남원이 오빠가 저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죠?"

   "어, 알고 있지... 근데 왜?"


   "얼마 전에 남원이 오빠한테 고백 같은 거 받긴 했거든요. 오빠(재미스트)랑 친한 사이라서 불편하기도 하고, 감정도 안 생기고 해서 거절했었어요."


   "그랬구나. 그런데 그런 걸로 날 보자고 한 건 아닌 거 같은데?"


   "사실, 고백을 거절한 건 좀 되긴 했어요. 근데 얼마 전부터 태훈이 오빠한테도 연락이 자주 와요."

   "태훈이??? 태훈이가 왜?"


   "처음에는 남원이 오빠 일로 전화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남원이 오빠가 고백하기 얼마 전부터 태훈이 오빠도 자꾸 만나자고 했었어요. 그러더니 어제 태훈이 오빠도 저한테 고백을 했어요."


   "엥??? 태훈이가? 그럴 리가 없는데?"

   "남원이 오빠가 절 좋아한다고 말하기 아주 오래전부터 절 좋아하고 있었대요."


   어렸을 적부터 우리 셋은 절친이었지만, 다른 대학에 다니던 남원이는 뒤늦게 현주를 알게 되긴 했다. 그런데 속으로만 좋아했던 태훈이는 뜬금없는 남원이의 커밍아웃과 고백으로 선수를 빼앗긴(?) 것이었다.


   "오빠들 셋 절친이잖아요?"

   "그렇지"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서 오빠한테 말하는 거예요 “


   나는 좀 복잡해졌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들 감정들이고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잠자코 있으면 되는 거였다. (남의 삼각관계에 내가 나선게 문제였다.)


   남원이는 좀 고지식했고, 태훈이는 좀 응큼한 놈이긴 했다. 화가 났다. 어떻게 친구끼리 저럴 수 있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현주를 보내고,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남원이를 불러냈다. 그리고 현주에게 들은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남원이는 입을 열었다.


   "태훈이가 그럴 리가 없어."


   우리는 말없이 술을 마셨고, 늦은 밤 헤어졌다.


   얼마 후 남원이에게 연락이 왔다.

   "태훈이가 그러던데, 그런 적 없대. 너 친구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허허...

   나는 두 녀석 사이를 없는 말로 이간질이나 하는 놈 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둘은 계속 가깝게 지냈고 그 둘과 나는 좀 소원해졌다.


   원래 친구 셋이 뭉쳐 다니면 둘은 친하고 하나는 약간은 겉돈다. 원래도 내가 그 겉도는 놈이긴 했다.


   그 둘과는 지금 연락하지 않는다.

   연락이 끊긴 지 꽤 오래되었다.


   현주 말만 철석같이 믿은 내가 바보일 수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전달한 내가 바보일 수도,

   남의 삼각관계에 끼어든 내가 바보일 수도,

   순진해빠진 내가 바보일 수도,


   어, 그냥 내가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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