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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May 17. 2024

살아본 사람들의 노래, ‘트로트’

미스터트롯 미스트롯 현역가왕

   30년쯤 뒤면 트로트가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국악한마당'처럼 KBS1에서나 간신히 명맥이나 유지하는 그런 장르가 되지 않을까 했다. 초등 아니 국민학생이었던 나는 그때 그렇게 생각했다.


   그 당시엔 박남정이나, 이상은, 변진섭 등과 같은 댄스나 발라드 가수가 10~20대 층에게 인기 있었고, 주로 30~40대 이상에서나 트로트를 좋아했다. 그래서 트로트를 좋아하는 세대가 퇴장하면 트로트도 결국 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3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 여전히 트로트는 살아있고, 심지어 매년마다 트로트 경연대회가 우후죽순 생겨날 만큼 전성기나 다름없다.


   설운도, 현철 아저씨만 부를 줄 알았던 트로트를 이제는 아주 젊은 심지어 중고등학생 트로트 가수들이 부르고 있을 정도다. (전유진 화이팅!!! ㅋㅋㅋ)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나왔을 때 많은 어른들이 혀를 찼던 기억이 있다. 가사를 알아들을 수도 없는 저런 게 무슨 노래냐고도 했다.


   그때의 그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요즘 아이돌의 노래를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당최 무슨 내용인지, 왜 저러는지 잘 모르겠다. 가사도 안 들리고, 도대체 무슨 내용인 거냐.


    나도 나이가 들은 거다.ㅋㅋ

   그런데 사실 나이가 들면서 관심사가 달라진 게 제일 큰 것 같다. 그들이 노래에서 보내는 메시지가 더 이상 내 관심사가 아니듯 말이다.


   힙합은 자기를 노래하고,

   댄스와 발라드는 사랑을 노래하고,

   트로트는 인생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자아를 찾고 세상에 저항하던 10대에는 힙합이 좋았다. 20대에는 연애와 이별을 담은 댄스와 발라드를 좋아했다.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나이에 들어서면서 트로트의 가사가 조금씩 귀에 꽂히나 보다.


꽃사진 찍기 시작하면 나이든거라던데 ㅋㅋ


   이제 보니 트로트는 살아본 사람들의 노래다.

   트로트에는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는 가사들이 즐비하다. 그런 면에서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들이 있는 한 트로트는 아마 계속될 것 같다.


장어추어탕과 모듬 돼지국밥


   살아낸다는 게 숨 가쁘기 때문일까?

   그래서 이제는 노래도 숨 가쁘고 정신없는 건 멀리 하게 된다. 이제는 뜨끈한 국밥처럼 속도 마음도 뭉근하게 데워주는 그런 트로트의 매력에 점점 귀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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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 아아아 아


- 아모르파티, 김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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