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탭핑

by 내담자 Jay



깜깜한 어둠을 약속한 밤에.

잠을 약속한 나는

잠이 오지 않아 손으로 몸통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토닥토닥 토닥이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이미 취침약을 먹은 상태라 그리 오래 하진 못한다.

이내 힘이 스르륵 풀려 잠들고 싶어 지니까


다 큰 어른이 엄마 찾듯 그 기억 소환하는 거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다. 정작 어렸을 때 나는 엄마가 토닥일수록 잠이 들기는커녕

깨어나, 하지 못하게 말리던 사람이었다.


그럼 이건 뭐냐면, 그러니까 이건 내가 너무 다 커서- 너무 우울증에 걸려서-

상담사를 찾고 또 포기하고 다시 찾고 다시 포기하던 그 시절에

내가 알게 된 진정방법이다.



긴 호흡의 상담 치료로 여생을 보내던 나는

짧은 호흡의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하자 슬슬 탈이 나기 시작했다.

어쩐지 울분이 되어 정신과 의사에게 향하기도 하고

일기장이 광광 울리게 글로 휘갈겨봐도 가시지 않았다.


보다 못한 의사는 내게 상담소 하나를 추천해 주었는데

그곳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일종의 장학제도랄까,

그런 것이 있는 상담센터였다.

성정이 따뜻한 선생님. 따뜻해 보이는 바닥색 편안한 의자와 조도

헌데 아쉽게도 나와는 맞지 않아 그 역시도 그리 오래 하진 못했다.

그럼 뭐 별로였다는 건가요? 물으면

그냥 별로였다고 두 글자 드르륵 박기에는

또 그게 아닌.. 그런 게 아닌 그런.. 그런 세션이었달까.


어쩐지 목을 글적거리게 되는

그곳에서 배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토닥임이었고

정식 명칭으로는 ‘바디 탭핑’이라고 하고 난 그걸 배운 것이다.

그때 회기를 거듭하며 이미 조금 심드렁했던 나는 정말이지 몰랐다.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지금 벌써 몇 년이 흐른 지도 모르겠는데

끝까지 내게 남아 있는 것 중 하나가 될 줄은.


회기 중 역동이 적은 회기 때,

선생님은 진정 방법의 바디탭핑을 하나하나 알려주셨는데

처음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었다.


초초한 사람한테서 많이 보이는

한 손가락 혹은 4손가락 모두 모으고

앉은 상태에서 무릎 위를 톡톡 두드리게 했다.

나는 위와 같이 그대로 말했다.

이거 드라마에서 노상 하는 거잖아요- 하고 더 말을 하려다

톡톡 몇 번 두드리지도 않았는데 놀랍도록 조용해지는 마음에 멈칫했다.

잉? 이게 이렇게나 도움 된다고?

나는 놀라 '이거 그냥 실력 없는 감독의 '초초함' 연출인 줄 알았더니 아니네요..'

선생님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게 본인도 모르게 도움이 되는 거라 그렇게

하는 거라고 하셨던 것 같다. 나는 그냥 얼어버리고 말지(?) 저렇게 탁탁

무릎을 두드려본 적은 없어서 계속 신기해했다.


그리고는 다음에 배운 것은 왜인지 알 수 없는 깊은 감정을 들게 했는데

별 것은 아니었다. 선생님은 '자 이제 다리를 더듬어보세요' 그랬다.

내 다리? 요?

내 이렇게요 하고 선생님은 몸을 숙여 종아리를 손으로 툭툭 만져내려 갔다.

나는 선생님을 따라 다리를 장물압수하는 것 마냥 투두둑 터치했다.


'너 거기 있구나' 싶게 만져보라고 했었나,

근데 그게 몹시 기뻤다. 내가 지금 다리의 마음을 빌려 쓰자면

몹시 기뻤다. 나는 낯설고 신기해했으며 다리는 기쁘고 신기해했다.

‘있어도 아는 척도 안 했구나.

그래 이렇게 내 다리를 내가 낯설게 만져볼 일이 뭐가 있겠어.

아는 척 안 하니 다리는 자기가 있는지도 모를 거야..’

라며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처음 느끼는 기분이 계속 일렁이고 있었다.


그 다음이 지금도 내가 하고 있는

바로 그 대자로 편히 누운 상태에서 손만 몸통으로 가져다 두드리는

바디 탭핑이었다.

‘집에 가서 해보세요’하고 선생님은 미소 지었다.

그렇게 반신반의 집에서 해본 나는 마음에 들어 여러 버전으로 변형시켜 보기도 했다.

손으로 동시에 배를 두드려도 되고, 한 번에 한 손 씩 두드려도 된다.

나는 후자가 더 좋아서 그렇게 한다.

배꼽 보다 아래 장골 윗 부근에서 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한지

심장아래, 갈비뼈가 시작되는 위치에서 할지는 자유다.

더 마음이 가는 지점에서 하면 된다.

내가 기억하는 건 이렇게 세 가지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종결이 선생님 신변에 일이 생기고 나서

이루어진 것 같은데 그대로 그냥 했으면 지금 나에게 달리 기억됐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상담에 핵심이 빠진 것 같다고 싫어했고

치료의 일환으로 의자를 벗어나 했던 활동들은 애정했다.

지금이야 반추하지만 그때 바닥에 이마 찧고 싶었던 하루하루가 떠올라

머리 안이 흐릿하다.

뜬금없이 '상담은 진짜 별로였다고 하면서 토닥거리는 거 모순 아니야?'

하고 그 흐릿 머릿속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온다.

으.. 싫다. 뭔 상관이야 그게. 이 자식아.

아무래도 오늘 밤도 토닥이다 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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