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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가 결핍이 될 때, 우리가 이를 알아챈다면

by 몇몇 Jan 30. 2025

과시는 결핍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남들에게 뽐내기 원하는 구석이 있다면, 그 안에 나의 부족함이 숨어있다는 말이다. 그 말은 분명 틀리지 않다. 내가 자꾸 숨기고자 하는, 혹은 아닌 척 으스대고자 하는 곳엔 나의 약한 점이 숨죽이고 숨어있다. 누군가에게 들킬까 두려워 꼭 꼭 숨다 보니 나에게서도 숨었다.


그러다 보니 모두 대체로 그 결핍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숨바꼭질을 해본  라면 안다. 바깥을 확인할 엄두도 못 내고 숨죽이고 얌전히 가만히 웅크려 있는 친구는 찾기 가장 어렵다.


그 결핍이 숨은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안에 아픈 상처가 있어서. 꺼내기 아픈 상처가 해지고, 닦지 져서, 건드리지 못하도록 꼭꼭 숨다. 남들이 건드리지 못하도록 숨기다가 나에게도 비밀이 되어버렸다. 꺼내는 순간, 인식하는 순, 나의 부족함이 사실이 될 것 같아서.


그러다 보니 결핍은 그곳에 없다고, 거긴 아무것도 없다고 더 떵떵 거리며 목소리를 높이게 되며, 그렇게 결핍은 과시가 된다. 치료되지 못한 결핍을 숨기고 숨기다, 과시가 되는 것이다.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다.


결핍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빈 공간은 채워질 수 없다. 술래는 영원히 그 상처를 찾을 수 없으며, 그 주위만을 맴돌게 된다. 인식하고 알아차려 주었을 때, 그때 비로소 고개를 든다. 내편이 될 수 있다.


놀라운 일은 그 이후에 일어난다. 그 과시를, 그 결핍을 인식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인식하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결핍을 뛰어넘는 경험을 한다.


어떤 사람은 학창 시절 왕따로 관계의 결핍을 갖는다. 친구가 필요하다는 열망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을 퍼주기도 한다.  결핍을 인식하지 못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더 많은 희생을 할 것이다. 아무리 만나도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왕따가 아니고, 친구가 많다고 관계를 과시할 것이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져도 채워지지 않음을 깨닫는다. 왜 나는 아무리 친구가 많아도 외로울까. 그 속에 깊은 곳에 '친구가 있어야지만 괜찮은 나'도 숨어있고, '왕따일만한 나'도 숨어있고, '나를 바꿔야만 사랑받을 수 있어'도 숨어있고, '원래의 나는 그다지 별로야'도 숨어있다. 그 생기들이 아직 아물지 않은 채로 숨어서 죽이고 있다. 치료는커녕 상처가 곪아가는 채로.


하지만 내가 그 '나'와 여러 문장들을 발견하면 치유가 시작된다.


너는 사랑받을 만 해. 그때 참 힘들었지. 얼마나 친구가 갖고 싶었을까. 네 모습 그대로도 사랑받을 수 있어 얼마든지.


필요한 약재는 내 몸 안에 다 있어서, 스스로를 그렇게 알아주고 보듬어주면 흙바닥에 나의 결핍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고 그 빈 공간에 거름을 채울 수 있게 된다.


그 거름 사이사이엔 씨앗도 숨어있어서, 우린 결핍을 인식하면 결핍을 넘어선다. 친구가 없어 고통받던 내가 아니다. 가난에 고통받던 내가 아니다. 부모에게 학대받던 내가 아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던 내가 아니다.


'난 이걸 잘 못해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결핍을 인정하고 돌아본 사람들이다. 때때로 우린 그들에게 놀라며 반문한다.


'네가 그걸 못한다고?'


그 반문은 인정의 증거다. 노력의 증거다. 

 

자제력이 없어서

에너지가 없어서

사회성이 없어서

충동적이어서

체계가 없어서

말주변이 없어서

.... 없어서


그렇게 말해본 적 있는가? 찬찬히 돌아보자. 당신은 이미 그 결핍을 넘어섰을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 꽤 자제하고 에너지 있고 사회성 있고 계획적이고 체계적이고 발표를 잘하는 사람들을 본 적 있는가?


그들은 노력하고 있다. 애쓰고 있다. 자신의 결핍을 넘어선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알아봐 주자. 그들이 싸워온 고된 시간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자.


우리의 결핍이 외롭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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