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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싶어서 우리는

by 몇몇 Jan 23. 2025

잘하려고 할 때 우린 힘을 준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눈도 부릅뜨고 입술을 앙다문다. 온 근육에 긴장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간 상태는 굳어 있기 쉬워서 되려 손쉽게 실수를 낳는다. 글씨를 잘 쓰려고 하다 연필심이 부러지고 말듯이. 우리도 부러져 버린다.


모든 일이 그렇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며 춤도 그렇다. 동작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잔뜩 힘을 주면 부자연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춤이 되기도 한다. 힘이 들어갈 덴 들어가고, 빠질 덴 빠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움직일 수 있고 그래야 이어질 수 있다.


인간관계라곤 왜 아닐까. 힘줘서 잘하고자 할 때 우린 더 좌절을 겪는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잘 지내고 싶은 사람, 마음에 드는 사람 앞에선 더 긴장하고 더 실수한다. 힘이 잔뜩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건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연애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뚝딱대다 기회를 놓치고, 그렇지 않은 사람 앞에선 충분한 매력발산을 하게 되 않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잘하고자 하는 마음은 예쁜 마음이다. 그 순간 최선을 다하고 내 노력을 쏟고자 하는 사랑스러운 결심이다. 그러나 우린 그 마음을 한걸음 멀리에서 볼 필요가 있다. 힘이 잔뜩 들어가서 왼발과 왼손이 같이 나가며 걷는 것을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 테니까. 잘하고 싶었던 만큼, 그 뒤 따르는 실패에 타격감도 큰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큰 실수를 하고 크게 좌절한 나를 마주한다면, 잘하고 싶었던 내 마음을 알아줄 일이다. 실수를 탓하고 나무라기엔 우린 마음과 에너지를 많이 썼다.


어떤 일의 결과로 누군가 화가 많이 났다면, 혹은 눈물을 쏟는다면, 그 또한 그 일이 간절했던 탓이다. 을 꽉, 줬던 만큼 힘을 많이 쓰고 지쳤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그런 너에게, 우린 힘 뺀 토닥토닥을 건네주어야 하지 않나.


힘을 빼는 것 역시 힘줘 본 자만이 할 수 있다. 우리 몸에 마음에 머리에, 강한 힘이 들어가 있다면, 이제 힘 빼는 법을 배울 차례이다.


온몸에 힘을 빼고, 그러려면 심호흡을 하고. 내 앞에 있는 일들을 마주하자. 이완된 내 몸과 마음이 부드러운 '내'가 되어 일을 폭 끌어안을 수 있게. 안겨본 이들은 안다, 안아본 이들도 안다. 몸을 가볍게 늘어트렸을 때 꼭 안길 수 있음을.


잘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잘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나에게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자. 마음과 몸에 살짝,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나로 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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