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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끌어 안는 날

by 몇몇

처음 첫 발을 내디던 날을 기억하는가? 그 오랜 기억을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태어난지 1년 남짓의 순간에 행해진 그 행위에 우리 주변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을테다. 우리 모두는 그 내딛은 한 발에 짜릿한 반응을 맛본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 삶은 어떠한가. 내딛는 한발은 그 어떤 반응도 이끌지 못한다. 출근으로의 수천보, 시험으로의 몇백보, 학원으로 향한 수많은 걸음 걸음은 길에서 흘려보내진다. 터덜터덜 맥빠진 우리의 발소리만이. 질질 끄는 운동화 소리만이 뒤따른다.


우리의 어떤 행동도 쉬이 박수받지 못한다. 생후 1년 무의식속 깊은 곳 새겨진, 모두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며 축하하고 기뻐하고 대견해 하던 그 순간. 아마 우리는 모두 그 순간을 마음으로 잊지 못하고 늘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별 것 아닌 나의 행동에 모두가 의미를 부여하고 기뻐해주던 날들.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오랜 노력도 인정받지 못하기 일쑤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고작 20년, 40년, 60년 더 살았을 뿐인데. 우리의 걸음 걸음에, 한문장, 한마디에 기뻐해 주는 사람들은 없으니.


우리 모두는 그 순간을 그리워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존재만으로, 엄마, 한마디 내 뱉은 것 만으로, 첫 글자를 쓴 것 만으로, 첫 숟갈을 스스로 뜬 것 만으로 누군갈 기쁘게 할 수 있는 순간을.


우리가 모두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순 없지만, 모두가 그때를 그리워 한다는 것을 인식 할 수는 있다. 내가 그 순간에 목마르단 걸 알아 줄 수는 있다.


그러니, 다른 이들의 작은 행동에 웃어보자. 누군가의 친절에 감사를 보내자. 그들의 작은 성공에 큰 박수을 보내자.


그리고 나의 한걸음에 스스로 환호하자. 네가 이렇게 한 걸음 걸었구나. 작은 시작을 했구나. 크게 기뻐하자.


나는 나에게 충분히 박수쳐줄 수 있음을 기억하자.

내가 나를 인정한다면, 내안의 목마른 아이가 더이상 울지 않아도 된다.


오늘, 고생했다고 말해주자. 잘 걸어서 잘 집으로 돌아왔노라고. 기특해하며 끌어안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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