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by 몇몇

아파본 적이 많이 없는 나는 조금만 아파도 무너진다. 와르르. 마음도 약해지고 징징거림도 격해진다. 사람은 확실히 경험의 산물인가 보다.


지진도 홍수도 산불도 재해도 드문 지역에선 대처가 어렵듯.


자주 아픈 사람들은 늘 이런 상황을 겪을 것이라 생각하니 몸 사림도 더 이해가 간다. 어휴 이렇게 괴로울 건 피해야지. 쉬어야지.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초등학교 시절 감기에 걸려도 너무 잘 나아서, 잠들기 전에 아쉬워하며 감길 떠나 보내던 기억이 난다. 감기 안녕.. 또만나.. 뭐가 그렇게 아련했담. 그땐 코피 나는 것도 부럽고 아파서 엄마아빠의 돌봄을 받는 것도 부러웠지.


잔병치레가 많던 동생을 부러워하며 타고난 건강으로 감기도 코피도 멀리했던 나. 부러움은 가끔, 서식만 붙여 넣기나 내용만 붙여 넣기처럼 본질을 들여다보진 못하는 것 같다.


아픔의 본질은 아픔인 것을. 그 옆에 어쩔 수 없이 자리 잡은 돌봄과 간병을 잘못 보고 부러워했지 뭔가.


지금도 마법처럼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고 침을 삼키면 부드럽게 넘어갈 것 같지만 감기는 내 오늘 하루를 온전히 갖고 싶은가 보다.


자주 없는 이 경험 앞에 오늘 나는 조금 신경질적일지도, 쉽게 지칠지도, 금세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말랑한 마음상태로 지내며 기록하는 일. 꽤 귀한 작업이 될지도.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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