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노

글 쓰다 날아간 일에 대해

by 몇몇

시답잖은 기록이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건 사실이다. 블로그에 글을 휘갈길 때 마냥 편히 글쓰기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런 만큼 메모장처럼 쓰다 닫아두다를 반복하다 그만 글이 날아가 버렸다.


언제나 쓰던 글이 날아가는 일은 절망적이다. 어쩐지 다시는 같은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절실히 든다.


똑같은 흐름과 똑같은 단어 똑같은 오타와 비문의 글... 다시 만날 수 없겠지 안녕.


그렇지만 그 대신 글이 날아간 좌절에 대해 덕분에 쓸 수 있다. 하나가 가면 하나가 오는 법.


그 날림이 없었다면 또 이 글이 없었겠지.


인생이 참 그렇다. 비워야 채울 수 있듯. 잃는 순간에 그 자릴 비울 뭔갈 상상할 수 있다면 덜 헛헛하지 않겠는가.


참고로 날린 글은 결혼준비에 관한 글이었는데, 여기까지 적다 보니 그 글의 흐름과 등장이 생각보다 별로였겠단 생각도 든다.


요건 또 신포도 정서겠지만.


손가락 끝에 뇌를 달고 곧바로 드는 생각을 써내려 가는 건 뇌를 산책시키는 것만 같다. 맑은 공기 잔뜩 마시고 상쾌한 뇌의 완성이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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