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농장일이나 정원일을 도와드리며 2주 정도 지낼 곳을 찾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개발자를 그만두고 편안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한국에서 캐나다로 건너와 첫 번째 Workaway를 구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꿈꾸며, 이번엔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아 망설여왔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려고 합니다.
함께할 수 있게 된다면 굉장히 기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니로부터
전송일: 07/03/2023 ✓ 읽음
다니, 여기 펜더아일랜드는 생각보다도 더 작고 사람도 많이 없는 한적한 곳이에요. 좀 알아보셨나요?
그래도 괜찮다면 비디오콜 일정을 잡아보도록 하죠.
던으로부터
수신일: 07/04/2023
마침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좀 안되어 처음으로 호스트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6월에는 암만 노력해도 안되던 게 7월 들어서는 흔쾌히 오라는 답변이 줄을 이었다.
캐나다에 온 지도 어언 두 달째, 이제야 뭔가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 인생 도서관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빼곡히 채워 넣겠다는 처음 그때의 다짐처럼 지난 두 달간 나는 이곳 밴쿠버에서 새롭게 만난 인연들과, 그들이 초대해 주는 곳이라면 무엇이든 어디든 기꺼이 함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뭔가 부족했다.
좀 더 파격적으로, 내 일상을 크게 흔들어 줄 만한 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도시에서 좀 벗어나야겠어! 도시의 잡음도 북적이는 사람들도 그 어떤 자극도 없는 그런 고요하고 한적한 시골 마을에 고립되고 싶어.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자연 속은 왠지 지루하고 심심해서 여행을 가더라도 어느 유명한 자연경관을 보러 가기보다는 지루할 틈 없는 도시의 불빛과 자극을 찾던 나였다.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반대로, 그동안 편하니까 익숙하게 찾던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곳으로 나를 내던져보고 싶었다. 나이가 들수록 취향도 변한다던데 어쩌면 이제는 시골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다니, 캐나다에 가게 되면 Workaway란 플랫폼 이용해 보는 거 어때? 보통 농장이나 정원 소유주들이 일을 도와줄 헬퍼들을 찾는 글을 올리는데 하루에 네다섯 시간 정도 일을 도와주면 숙식은 공짜로 해결할 수 있어. 가서 이것저것 도전해 보는 김에 이것도 한 번 고려해 봐.”
마침 캐나다에 오기 전 친구가 일러줬던 웹사이트가 떠올랐다.
가입비 49불을 내고 프로필을 작성했다.
그리고 밴쿠버 근처의 호스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지 3주 만에 마침내, 첫 번째 비디오콜이 잡혔다.
던: 다니, 준비됐나요? 곧 9시 반에 비디오콜 걸게요.
오랜만에 마치 면접 보는 것만 같은 기분에 약간의 긴장감과, '뭐 어차피 잘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자신감을 품은 채로 한 템포를 쉬고, 전화를 받았다.
"Hello, Dawn and Joe. How are you?"
던: 7월 중순쯤에 다른 게스트 두 명이 더 들어오는 데 그때쯤이면 좋을 것 같네요, 어때요?
다니: 좋아요! 정확한 일정은 하루 정도 더 생각해 보고 문자로 다시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됐다! 통화 전 몇 번이고 읽어봤던 호스트 소개글을 다시 한번 찬찬히 훑어보며 일주일 뒤 시작될 그곳에서의 생활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오랫동안 함께 요리사로 일했던 두 호스트와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 작은 정원, 2주 간의 비건식, 성인 되고선 처음 해보는 텐트 생활, 일과 후 함께하는 요가, 그리고 근처 해변에서 즐기는 수영까지.
'근데 섬이 얼마나 작길래 미리 몇 번이고 말씀해 주시는 걸까?'
밴쿠버에서 배로 약 두 시간 거리, 섬 끝과 끝까지 겨우 10km 남짓한 작은 섬 펜더 아일랜드.
구글 맵에 검색되는 식당과 카페는 10여 개뿐.
세상에, 내가 살던 환경이랑은 다른 것투성이다.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