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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 Jun 13. 2022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는 방법은 뭘까요?

| 살기 위해 적는 문장들


나는 나를 미워했다. 답답하고,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감정 하나도 컨트롤하지 못해 몇 날 며칠을 슬픈 마음으로 사는 것도 싫었고,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용기가 없어 아닌 척 괜찮은 척 웃어대는 것도 싫었다. 분명 방금까지는 기분이 괜찮았는데 사소한 무엇(내가 우울하지 않았더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들) 모든 기분이 와르르 쏟아져 발밑으로 가라앉는 것도 싫었다. 나는 그저 남들이 사는 대로 따라 살고 있는, 이렇다  목표도 꿈도 없는, 매달 같은 월급을 받고 비슷한 소비를 하며 살아가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그런 내가 너무도 미웠다. 내가 나로 살아간다는 게 답답하고 힘들었다.


미운 사람이 있으면 그냥  사랑해버려요.



이옥섭 감독이 최근 ‘서울 체크인’에 나와한 말이다. 귀여워하고 사랑해버리면 돼요.라고 뒤이어 말했다.  말에 ‘나의 해방 일지’의 염미정의 대사가 떠올랐다.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마음속에 사랑밖에 없어.


들뜨고 충만한 마음이 느껴지는 내레이션이  인상 깊었나 보다.     내딛던 염미정은 결국 사랑으로 충일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나는 작중에 그려진 염미정의 모습이 좋았다. 누구도 그러지 않았지만 꼭꼭 눌러 위로를 전해주는 것만 같았달까. 무채색과 같이 아무 특색 없는 자신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에 나도 모르는 사이 응원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옥섭 감독이  말처럼 나는 이토록 미운 나를 사랑해보기로 했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 늪처럼 빠져있는 슬픔에서 잠시 벗어나는 순간들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작중 염미정처럼. 설레는 몇 초들을 모아 숨통 트일 5분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순간순간 마주치는 상황의 설렘을 기록한다는  또 다른 기쁨이었다. 찰나의 순간, 사소한 무엇들은 나를 슬픔으로 끌어내리기도 하지만. 내가 써 내려간 글의 일부처럼 슬픔과 세트인 행복도 곳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간과했다. 나는 분명 하루에 몇 초, 몇 분은 충분히 행복했다.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평온한 마음이 몇 시간이나 지속될지 모르겠다. 다만 오늘이 가기 전에 어서 약을 먹고 잠들고 싶다. 14(화요일) 설렘을 담은  순간이 ‘개운한 아침을 맞이한  되길 바라면서.


첫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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