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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 Jul 01. 2022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 살기 위해 적는 문장들


기분 좋은 일이 있을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능력이에요. 감정 인지 기능이 살아있다는 거니까요. 잘하고 계신  같아요. 이대로 가볼게요.


기분이 들뜬 날의 연속이었다. 왜였을까. 나는  이유 없이 들떠있지? 의문이 들었지만 마주하지 않았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은 모두 나에게 호의적이었다. 딱히 꾸며내지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나 들어내지도 않았다. 그저 나는 그 자리에서 즐거운 사람이었다. 아, 이런 거구나. 비추어질 모습,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나의 우울을 끌어안고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는 건. 마주 보고, 대화하고, 웃고, 다정한 한마디를 건넨다는 건. 이런 거구나. 나는 무언가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가 좋아서 기분이 좋아지나 봐요. 아이들이나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잠시 행복해요. 그리고 안 좋은 일이 있을  ‘좋은 방향은 뭐지? 오히려 좋을  있는 방법이 뭐지?’ 하고 되물어요. 술을 마셔도 기분이 좋아요. ‘, 취한다~’ 싶을  술잔을 내려놓게 돼요.  많이 좋아진  같아요. “


선생님은 웃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저에게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사람과 저는 사석에서   밖에 만난 적 없는 사람이었어요.  사람은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좋아하는 마음을 가질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근데 한편으론 이해가 갔어요.  또한 그랬던 시간이 있었으니까요. 그분의 신경이 온통 저한테 와있다는 게 느껴지는데, 그게 마냥 싫지만은 않아요. 제가 준비가 된다면 언제든지 시작할  있는 인연일  같아요. 누군가가 나를 우선시해준다는 느낌이나, 내가  사람한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있다는 감사함이나 그런 것들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마음인  같아요. 그래서 한편으론 마음이 불편했어요.  우울이, 슬픔이 그냥 단순히 연애감정으로 좌지우지되는  같아서  자신이 한심했거든요.”


선생님은 부드럽게 웃었다. “누구든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호감을 표현한다면, 그게 스스로에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도 능력이에요. 감정 인지 기능이 살아있다는 거거든요. 우울에 깊게 빠져있으면 좋은 기분을 무시해요. 필요 없다 여기거든요. 아주 좋아요. 잘하고 있네요. “


의사 선생님과 마주 보고 웃었다. 처음이었다.

나는 내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맞는 약물을 찾았을 뿐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여전히 끌어안은 채.


상담실을 나서 약을 챙기고 병원  복도를 걷다 문득 눈물이 났다. 좋은 기분을 느낀다는 것도 능력이라니. 나는  감정과 기분에 초점을 두지 않고  순간을 만들어낸 사람과 환경만을 중요시했을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순간이던, 어떤 마음이던  안의 행복을 느끼는 나인데. 벅차고 슬펐다. 황급히 화장실에 들어가 엉엉 울고 싶은 마음을 누른  조용히 눈물을 닦아냈다.


나는  눈물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조금 혼란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 감동한 걸까? 내가 진정 듣고 싶던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아니면 그간 행복할 때마다 불안했기에  순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나에 대한 미안함일까?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야   나선  같으니 이대로 가보자고.


즐겁고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  전제가 아주 파렴치한 짓이 아니라면. 나는 그저 상황의 분위기를 얻고 나의 감정에  시선을 주는 습관을 가져봐야겠다. 네가 좋으니 나도 좋아라는 말이 어색해지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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