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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졸업

by 가온슬기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은 무척이나 짜릿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이 순간부터 하는 일이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것에 의해 좌우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리즈 머리, 길위에서 하버드까지, 390쪽)



싱그러운 3월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춥고 살을 에는 2월을 지내야 한다.


스산한 추운 겨울날

그 2월 지희의 졸업식

쓸쓸하지만 조용하고

조촐한 졸업식


작은 꽃다발과 빨간색 점퍼, 짧은 단발머리

생기있는 발그레한 얼굴에서는 설레임이 보이고

추위때문인지 움츠러든 어깨로 보이는

사진 속 지희의 모습에서는 어쩐지

막연한 불안감이 살짝 어려있다.


93년을 시작하는 지희의 마음은 그랬다.


친구 혜리로부터 수학샘이 무섭다는

그 학교에 배정된 지희는 중학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잘할 수 있을까?’


동네 아이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학교에 다니다보니 중학교는 더 멀리 가야했다. 신기촌 시장을 지나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언덕를 지나 주안 8동의 여러 작은 아파트를 지난다. 주안8동과 관교동 사이의 교차로는 언덕이 가로지르고 있다. 관교동 언덕을 내려가 한참 걸으면 나오는 한 여자중학교에 배정되었다.


교복 맞추는 것과 먼 학교에 다니는 건

두근거리는 일이었지만

그 두근거림은 그리 싫지만은 않은

신기한 두근거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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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