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나는 청소년 쉼터에 입소했다.

나의 이야기

by 대오

21살 겨울밤, 나는 오랫동안 이어진 가정불화에 지쳐 집을 나왔다. 늘 술에 절어있던 아버지와 내 편이 되어 주지 않는 어머니에게 지쳐 기나긴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뺨을 한 대 맞고 시작한 독립은 아름답지 않았고 고달팠지만 죽을 수는 없었다.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 시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나 움츠려 있었던 것만큼은 기억난다. 반에서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아이. 조별 과제에서 인원수가 많으면 제일 먼저 떨어져 나가는 아이가 나였다.

그나마 내가 기억을 명확히 하는 시절은 고등학교 시절부터였다. 늘 술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아버지와 생활고로 어깨가 무거운 어머니는 매일 같이 싸움을 반복했고, 동생은 울기 바빴다. 나는 동생이 우는 게 너무나 싫어 동생을 달랬지만, 소용이 없었다. 언제는 동생을 그만 울리라고 화를 냈다가 저 둘은 부모에게 버릇없이 군다고 성을 내기도 했다.

나는 수염을 관리하는 법도 몰랐고, 아침마다 머리를 못 감고 나가기 일쑤였다. 친구들은 꾀쬐쬐한 나를 무시했고, 성범죄자 몽타주와 닮았다며 나를 조롱하지 못해 안달이 난 친구도 있을 정도였다. 아버지는 나에게 상당히 무관심했는데, 술에 먹은 행인에게 폭행을 당해도 CCTV를 통해 범인을 잡는 걸 도와달라는 내 요청을 무시하고 예능 프로그램이나 보는 형편 좋은 인간이었다.

어느 날,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는지 괴롭힘을 받다가 울음을 터뜨린 친구를 돕기 위해 나선 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목에 피를 흘릴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게 되었고, 결국 교내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아버지는 다시는 이런 일로 자신을 부르지 말라고 일갈했다. 내 안에 오랫동안 타오를 작은 분노가 심어진 순간이었다.

내가 도운 친구는 내가 폭행당할 당시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반쯤은 가해자를 옹호했다. 어머니는 잘 합의해서 처리하라고 했다. 교사들은 이 일을 덮으려고 했다. 이 일로 인해 악에 찬 나는 미친 듯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도,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도 전부 다 내가 부족해서 인 것만 같았다. 적당히 남들을 따라갈 정도로만 공부를 했던 나에게 자발적인 공부란 미친 듯이 어려운 일이었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수능 때 컨디션 조절 실패로 좋지 못한 성적을 받으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대학교 정도로 선택해 들어갔다.

대학교는 실망스러웠고, 나는 욕심에 차 있었다. 이로 인해 일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선택을 내린다. 집으로 돌아가 재수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하지만 기숙사 생활로 인해 어느 정도 부모에게 벗어나 독립적인 인간이 된 나에게 아버지란 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존재였다.

나는 결국 폭발하여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아버지와 말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당신들이 나를 만들었잖아?’

이렇게 고통스럽게 할 거면 다채 왜 나를 태어나게 했나? 나는 대체 왜 이렇게 볼품없고 자신감 없게 된 건가? 나는 사랑받을 만한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 존재하는 건 볼품없는 나였다. 나는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분노를 토해냈고, 뺨을 맞았다. 집에서 뛰쳐나간 나는 조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가족 일은 좋게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무관심에 다시 한번 상처를 받았다.

어찌어찌 자취 생활을 하다가 허리를 크게 다쳤다. 돈이 없어서 1년 후쯤에 검진을 받게 되었는데, 허리의 디스크가 터진 것이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수소문했고, 청소년 쉼터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가정해체, 양육기능의 상실 등으로 가정에서 필요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시설. 그렇게 나는 청소년 쉼터로 흘러들어 갔다.

내 불행은 ‘따위’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깊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장애인이어서 가족에게 버려진 형, 삼촌을 믿고 한국으로 넘어왔지만 결국은 혼자가 된 조선족 동생, 믿음직해 보이지만 정신병을 앓던 동갑내기 등등.

이 글은 내 아픔을 토로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이 글은 그 친구들의 아픔을 세상이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쓰는 글이다. 누군가는 우리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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