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치료 방법
'암'(癌)이라는 질환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고형암과 혈액암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암에 걸렸다'라고 하면 '위암,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 고형암을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유병률도 높고 주위에서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혈액암'은 림프종을 소개한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유병률이 고형암만큼은 높이 않다. 주위에 걸린 사람도 많이 없고 유명하지(?) 않으니 질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도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환자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수술은 안 되나요?"라는 질문이다. 혈액암 중에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림프종의 경우 눈에 보이는 종궤가 있으니 그걸 제거하면 되지 않냐는 의도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수술은 치료 방법이 아니다. 혈액암은 기본적으로 혈액을 만들어내는 골수에 문제가 있고 골수가 계속 비정상적인 혈액 세포들을 양산해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국소적인 수술로는 치료할 수가 없다. 전신에 작용하는 항암제가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림프종 진단을 위한 절제 생검을 하거나 장 쪽에 병변이 있어 그것이 궤사 되거나 천공이 되었다거나 하는 경우이다. 이런 수술은 완치의 목적이 아닌 질병 진단이나 증상 완화를 위해 행해지는 것이다.
고형암 치료에 있어서는 수술이냐 항암이냐 방사선이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지만 혈액암은 기본적으로 항암제 치료가 주요한 치료 방법이기 때문에 대부분 큰 저항이나 의문 없이 항암제 투여를 받아들이신다. 그런데 얼마 전 입원온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은 문철기님은 항암이 싫다고 하신 환자분이다.
문철기님은 85세로 입원 올 때부터 너무 고령이라 간호사들의 관심과 걱정을 한 몸에 받은 할아버지였다. 그러나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굉장히 정정하시고 해맑은 웃음과 밝은 성격을 가지고 계셔서 병동 내 인기 환자였다. 할아버지도 우리를 딸, 손녀처럼 생각하시면서 알콩달콩 재미있게 지냈다. 처음 할아버지가 입원 왔을 때는 어떤 질환인지 정확히 몰랐지만 입원 후 검사를 통해서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진단명을 확정받았다.
다발성 골수종은 우리 몸의 면역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라는 것의 이상으로 생기는 혈액암의 한 종류인데 치료를 위해서는 역시나 항암제 치료가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문철기님에게 예정된 항암은 림프종이나 백혈병처럼 혈관주사를 통해 투여되는 항암제가 아니라 피하주사로 투여되는 항암제, 먹는 항암제였다. 항암제 투여를 위해 관을 삽입한다거나 하는 번거로운 과정은 필요하지 않았다. 담당의 선생님이 항암제에 대해 설명하러 갔고 나는 당연히 오늘 항암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나 항암 안 할래. 내가 앞으로 산다면 얼마나 산다고..."라고 하며 울먹거리고 계신 게 아닌가?
"문철기님, 다행히 항암 하는 것 많이 힘들지 않아요. 배에 주사 하나만 맞고 먹는 약 먹으면 되는 거라서 부작용도 심하지 않고 괜찮은데…“
할아버지는 '항암'이라는 단어에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이 드셨나 보다.
"뭔지는 알겠는데 그냥 하기 싫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우리의 설명이 미흡했음을 반성하며 다시 차근차근 설명했다. 치료는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고 다행히 부작용도 크지 않으며 병의 완치가 아니라 증상 완화를 위해 남은 여생을 덜 아프고 사시기 위해서도 항암 치료는 필요하다는 요지로 설명을 드리고 하루 더 가족분들과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을 드렸다.
다음날 할아버지는 어렵사리 항암제 투약에 대해 동의하셨고 나의 설명대로 배에 맞는 피하주사를 맞고 "생각보다 벌거 아니네." 말씀하시며 밝게 웃어 보이셨다.
할아버지는 우리 병원 근처에 살고 계셔서 이제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항암제 투여를 하신다고 했다. 퇴원을 보내드리며 다른데 아프지 마시고 이제 병동에서 보지 말자고 손가락 걸고 약속하며 퇴원 보내드린 문철기님. 항암제 덕분에 남은 여생이 조금은 더 편안해지셨길 기도해 본다.
커버이미지 '할아버지와의 셀카' by @mumu_patt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