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키지 않아도 블로그에 열심히 글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이십 대 중반에 네이트에서 블로그를 시작해 네이트 통에 잠시 머물렀다가 후반에는 이글루스로 갈아탔고 이글루스에서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하고 출산도 하고 또 출산 하고 육아 좀 하다가 네이버 블로그로 왔다. 네이버 블로그를 그때 처음 개설한 건 아닌게 아가씨 시절에 몇 개 끄적거려 놓은 글이 있긴 했다.
거쳐온 그리고 머무르고 있는 블로그들 중에서 네이버가 잘하는 일 하나가 있는데 그건 작년 오늘, 혹은 몇 년도 오늘에 니가 이런 글을 썼는데 한 번 볼래? 하고 알려주는 기능이다. 그렇게 강제로 추억여행을 떠나는데 주로 올라오는 글의 시점이 우리 아이들 한창 어린이집 다니고 할 때이다. 그래,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키우기 힘든 연년생의 엄마다! ㅋㅋㅋ 아이고 웃자.. 그래서 글에는 넘쳐나는 아이에 대한 사랑과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사람임을 만천하에 일러바치는 글이 공존한다. 늘 느끼지만 글은 어떤 감정이 특별히 치솟아 오를 때 시키지 않아도 써진다.
오늘의 강제 추억은 나를 야구장으로 데리고 갔다. 집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는 야구장에 경기 규칙도 모르는데 참 열심히 다녔다. 가까워서 가기 쉬웠고 파란 하늘과 푸른 잔디구장이 주는 청량함이 좋았고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시간 보내기 좋은 구실이었고 그렇게 콧바람을 쐬는 게 좋았다.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사실 나는 가서 맛있는 거 사 먹고 맥주 마시는 재미로 갔다. 아이들이라고 야구가 재밌을까? 야구가 뭔지는 알까? 아이들도 맛있는 거 먹고 야구장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재미로 다녔다. 그러면 나는 재밌으려고 갔다가 지쳐서 돌아와 내가 이젠 야구장에 가나 봐라.. 라고 하면서
또 갔다. 나는 가끔 이 때를 그리워한다. 이 때 사진을 보면 아이들이 정말 귀엽다. 그때도 예쁘고 귀엽다고 물고 빨고 했을텐데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그 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한 것 같은 불안함이 생겨서 다시 돌아간다면 최선을 다해 넘치게 사랑해 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네이버가 자꾸 과거 사진을 보여 주면 핸드폰 갤러리 저 어딘가에, 혹은 컴퓨터에 있는 어느 폴더에 분명 있는 사진인데도 새롭게 저장을 해 두고 자꾸 자꾸 쳐다본다. 그러다가도 아침에 잠든 아이들을 깨울 때, 하교 후 아이를 맞을 때, 일 마치고 저녁에 아이들을 볼 때, 그러니까 지금 내 곁에 숨쉬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 나는 언제 과거에 머물렀냐는 듯 격하게 아이들에게 뽀뽀를 하고 안아올린다. 아이구 무거워 이제는 못 안아주고 못 업어주겠다 하며 부러 우는 소리를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아이들이 깔깔 웃는다.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다. (20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