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벙덤벙 거리는 우리집 작은 어린이. 어딜 가든 자기 물건을 잘 못챙기고 놓고 오기 일쑤이다. 아이들은 다 그런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아이들은 덤벙덤벙 거린다. 그리고 안 그런, 혹은 덜 그런 아이도 있는데 우리집 다른 어린이는 덜 그런 편이어서 소리내 비교하지는 않지만 비교가 된다 솔직히.
당장 고쳐질 것도 아니어서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어디 나갈 때 물건을 손에 들고 가지 않는 것, 아예 들고 나가지 않는 것, 할 수 있다면 가방에 넣어 그 가방은 몸에 꼭 지니고 있을 것. 이래도 잘 안 지켜지는데 보면 일부러 의도를 가지고 놓고 오는 게 아니니까 딱히 꾸짖을 수만은 없지만 어쩔 때는 갖고 나가지 말라고 한 것도 밖에 나가 자랑하고 갖고 놀고 싶은 마음에 들고 나갔다가 뻔히 놓고 들어오는 경우에는 나무라게 된다.
지난 토요일 밤, 용돈으로 생긴 지폐 한 장을 지갑에 넣으라고 했더니 갑자기 아이 시선이 여기 저기로 막 흩어지는 게 지갑이 없구나. 지갑을 넣은 노란 크로스백이 없었다. 늘 걸어두는 자리에 없고 이 방 저 방에도 없는데 아이는 가방이 없는 것도 당황스러운데다 혼쭐이 나게 생겼으니 내 날선 목소리에 가방을 찾는 뒷모습이 다급하고 우울해 보였다. 같이 기억을 더듬다가 어린이날 뒷날에 카네이션 살 거라고 가방을 들고 나간 이후부터가 기억이 끊겨 있었고 그렇다면 놀이터에 놔두고 온 것 같은데 벌써 며칠씩이나 지났으니 찾기는 글러먹어서 도대체 물건을 몇 번이나 놓고 다니는 지 그 순간에는 화가 참 많이 났다.
아이가, 놀이터에 분실 가방 찾아가라는 안내문을 본 것 같다길래 너는 딱 다녀와서 보자며 가방이 있어도 없어도 혼 날 줄 알라 이르고 그 밤중에 경비실을 가니 우리 아이 때 탄 노란 가방이 얌전히 보관되어 있었다.
아이가 하는 행동에 열불이 날 때는 그 행동이 옳지 못한 행동이거나, 그러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지켜지지 않을 때라거나 등등 여러 가지가 있고, 외면하고 싶은 부모의 모습이 보일 때도 특히 그렇다. 나는 그래서 아이한테 빈말로라도 누구 닮아서 그렇냐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아이의 모든 행동이 다 나를 닮았기 때문만은 아니고... 그렇다고 전혀 아닌 것도 아니어서이다.
일요일이 저물어가던 며칠 전, 다음 일주일을 위해 슬픈 마음으로 가방을 정리하고 그 다음주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넣다가 나는 내 자료 하나가 빠진 걸 발견했다. 이게 어디갔지? 책꽂이와 책상을 뒤져봐도 나오지가 않고 차에 뒀나 하고 떠올려봐도 아닌 게 확실하다. 그러면 그 자료를 썼던 날 사용한 장소에 두고 왔던지 다른데 두고 왔던지 했다는 건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작은 어린이 지갑은 찾기라도 했지 나는 오늘날까지 그거 못 찾았다. (202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