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티비에서 해 주는 <금쪽같은 내 새끼>를 자주 봐서 그런가 아이와 문제 상황이 생기면 이건 방송에 나갈 정도인가? 하고 한 번씩 생각해본다. 거기 나오는 아이들은 카메라가 있어도 제 하고 싶은대로 하고 어른도 카메라가 있어도 결국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우리집에 카메라를 갖다 놓으면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는? 처음에야 카메라를 의식하지만 결국 하던 대로 하겠지?
만약에 나간다치면 오은영 박사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대부분의 패턴은 그럴 수 있다 나라도 그렇겠다 라고 패널들이 안타까워 하며 공감 해 주면 오은영 박사님이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이라거나 대안 해결책 등을 제시해주어 까스활명수를 마시고 트림을 꺼억 하듯 답답함을 해소 해 주는 식이다.
이전에는 서천석 선생님이 쓴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라는 책을 무시로 들여다 보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나 필요한 부분을 공책에 베껴 적었다. 공책은 덮으면 끝이라 다시 적어서 벽에도 붙여놓고 책상에도 붙여 놓아 집 안을 오가며 틈틈히 보았다. 늘 그렇듯이 잘 지켜지면 한 번 더 고개 끄덕이고 안 지켜지면 못 본 체 했다.
오은영 선생님의 이야기들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그거야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는 명상용이고(내 생각이 그렇다) 오은영 선생님 이야기는 구체적인 처방약이니 그럴 테다. 게다가 일주일마다 보게 되니까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일주일마다 새로 배우고 일주일마다 반성을 하는데 그래서 일주일마다 힘이 든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는 까닭이다. 나도 아니 아이 키우는 사람은 누구나 다 알듯이 너무나 당연한 '나도 사람이고 너도 사람이고 너와 나는 다르다' 라는 기본 말이다.
내 고통의 지점은 머리로는 알고 곧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아이에게 모진 소리를 하게 된다는 데에 있다. 차라리 모를 때는 내가 몰랐다며 순수하게 울고 반성을 할 것을 알고도 이러니 나는 최악의 엄마이다. 모진 말과 찌푸린 이맛살과 거친 행동이 허리케인이 되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아홉 살 열 살 아이가 동그마니 남아 있다. 그제서야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벽에 붙여 놓은 여기저기 꽂혀 있는 공책에 적혀 있는 말들이 떠오른다. 외롭고 동그란 뒷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아이를 부른다. 잔소리로 들리지 않길 바라며, 대화를 빙자한 2차 공격이 되지 않길 바라며, 내 진심이 절반이라도 전달되길 바라며 이야기를 건넨다.
하늘의 별이었다가 엄마 뱃속으로 왔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엄마는 너무너무 좋았어 언제 만나게 될 지 기다렸어 지금도 정말 좋아 엄마 배에서 나온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특별하고 소중한 보물이야 정말 진심으로 네가 기분이 좋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게 제일 중요해
그래, 그게 제일 중요하다. (20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