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님이 <금쪽같은 내새끼>에서 아이들을 혼낼 때 '예전엔 그렇게 말 안해놓고 지금은 왜 그렇게 말하냐'는 식의 말을 하는 건 발전이 없는 거라고 하셨다. 과거와 비교를 계속 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거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잘 되기 위한 이야기를 하는 건데 아이에게 추궁을 해 봐야 아이는 할 말이 없다고. 일례로 어른이 일주일 전에는 요리하는 게 참 재밌어 라고 해 놓고 지금은 매일 요리하는 게 지겹다 라고 말한다면 거기다 대고 일주일 전에는 안 그랬잖아 라고 따져봐야 소용이 없다는 거다.
그러나 내 입에서는 비슷한 말이 참 자주 나온다. 몇 번이나 말했어. 전에는 안 그랬잖아. 몇 번이나 말했어 라고 혼냈을 때 지금보다 더 어렸던 아이는 순수하게 손을 꼽아 한 번 두 번 숫자를 세어 실소가 나온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게 혼내는 거라는 걸 아는 아이는 그저 고개만 숙인다. 전에는 안그랬는데 이번엔 왜 그랬어 라고 소리치고 대답이 궁한 아이에게 대답을 강요하면 모르겠어요 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안 한 건 엄마의 말을 아예 못 들은 거니 듣고 싶지가 않은 거니? 라고 추궁하면 아이는 아니요 아니요만 반복한다. 나도 아는데. 엄마가 말한 거 들었고 지켜야 하는 거 아는데 그 순간 잊어버린 거라는 거 아는데 그 순간은 그저 화를 내기 위한 화를 낸다.
아.. 이 상황이 지겹다. 라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차분해져서, 엄마가 어떻게 해 주면 좋겠니 라고 물었고 생각을 좀 해 보라고 했다. 잠시 뒤 생각을 마쳤다며 아이는, 엄마는 사랑만 해 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더 열심히 할께요. 라고 말했다. 엄마는 늘 너를 사랑하는데? 라고 하니 울먹인다. 엄마가 화를 내고 무서운 목소리를 내면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니? 라고 하니 그렇다고 한다. 아... 나는 참 힘들다. 아이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데 나는 오히려 내가 상처를 받은 기분이었다.
엄마든 아빠든 선생님이든 네가 만나는 어른은, 네가 위험한 일을 하거나 옳지 않은 일을 하거나 안 좋은 습관이 들거나 할 때는 그걸 올바로 잡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야. 엄마가 처음부터 소리친 적 있어? 한 번 두 번은 좋게 말했을 거야.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야. 라고 말하니 아이는 그렇다며 울며 고개를 끄덕인다. 여러 번을 이야기 해도, 좋게도 이야기 하고 화를 내서 이야기를 하고 여러 번을 이야기를 해도 고쳐지지 않으면, 그런 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 나는 아리야가 되고 싶다. 지니가 되고 싶다. 빅스비가 되고 싶다. 또 뭐가 있니. 잘못은 잘못으로만 받아들이고 이러저러하게 고치라고 그저 한 목소리로 상냥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아홉 살 짜리에게 잘못된 걸 알려주다 지쳐 화가 났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는 걸 잘 전달해 주는 스피커가 되고 싶다. (202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