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우 Sep 30. 2022

오늘도 미안해

  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를 변화시키는 대화법이라니? 믿을 수 없다. 오은영 박사님이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다는 방침을 지키려고 정말 노력하셨다고 한다. 나는 이틀 잘 지키고 하루 못 지키면 그래도 하루만큼은 잘 지킨거니까 좋게 생각하면 되는데 자꾸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 라는 말은 내 화남 버튼이다. 왜그랬어어애애이어어! 라고 목소리가 절로 커진다. 주눅 든 아이를 보면 순식간에 후회하지만 이미 폭주기관차이다. 잘못의 경중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나는 뭐 흡사 한마리의 사자같다. 아니 사자랑 비교라니. 사자와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사자를 맞닥뜨린다면 생명의 위협에 대한 순수한 공포만 느껴지지만 잘못에 대한 꾸짖음을 넘어선 비난은 아이에게 무얼 남길까.


  매일이 잔잔한 파도 같을 때는 모른다. 설사 큰 파도가 쳐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큰 파도가 아니다. 잔잔에서 살짝만 높아져도, 큰 파도 못지 않은 파장이 인다. 기억을 하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되뇌이는 건 아니지만 몸이 기억을 하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 작은 일렁임이라도 나나 너나 모두가 이미 쓰나미를 맞는 기분인 것이다.


  다만 잊지 말고 너무 늦지 않게 사과를 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마음이 달래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사후약방문일지라도 말이다. 사과할 짓을 아예 안하는 게 제일 나은데 늘 안된다. 나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본다. 아주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 상처를 자주 받아 마음이 아픈데 나는 너에게 사과를 해도 계속 화를 내니까 이제 사과도 못하겠어 라는 말을 듣는 게 나을까 아니면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앞으로 노력할께 라는 말을 듣는게 나을까.


  그 상대가 엄마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나는 사과를 받고 싶다. 나도 정말 죄송하다고 울며 안기고 싶다. 맨날 화내고 미안하대~ 라며 응석을 부리고 싶다. 그러고 꼭 끌어안고 장난도 치며 얼굴을 부비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용기를 내서 사과를 했다.


  매일 눈물이 난다. (2021.5.20)

이전 08화 어머님이 누구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