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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우 Oct 07. 2022

호사다마(好事多魔)말고 호사일(一)마로 하자

우리집에는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이벤트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느냐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평범한 하루하루 지루할 수도 있는 일상에 이벤트가 하나 끼어 있다면 그 날을 기다리며 힘을 낼 수 있을 테니까.



보편적으로 그러하지만 굳이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고 특정을 한데는 이유가 있다. 이벤트가 하나 예정되어 있다고 하면 머릿속에 온통 그 이벤트 생각으로 가득차 버린다. 언제 가지, 가서 뭐하지, 얼마나 재미있을까 등등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흐뭇하기도 하다. 매일 해야 하는 과업들에 투덜거리는 빈도도 줄어든다. 긍정적인 효과이다. 다만 너무 미리 말하면 듣는 사람이 지키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날씨 등 여러 상황으로 이벤트가 불발될 수도 있어서 가급적 이삼 일 전에 이야기를 해 주는 편이다. 



그렇다. 이것은 우리집 어린이 중 한 명의 이야기다. 이번주 일요일, 대체휴일인 월요일까지 1박 2일로 우리는 모처럼 캠핑을 가기로 했다.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자기들이 캠핑을 언제 갔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할 것이다. 코로나 이후로 한 번도 간 적이 없고 이전이라고 해서 직전까지 부지런히 다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얼마나 들떴겠는가. 우리집 어린이 중 한 명은 일주일 전부터 미리 가방도 싸 놓았다. 나는 왜 이렇게 일찍 말해주었을까? 하긴, 말 안 해 줄 건 또 뭐람? 아이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예쁘고 귀엽지 아니한가?



다만 온데만데 소문을 다 내어 아파트 이웃분과 인사를 하는데 처음 나온 말이 캠핑가신다면서요? 네.. 아이가 놀이터에서 자랑을 하니까 우리집 애들도 부러워 하더라구요. 네.. 캠핑장 가서 휘두르려고 쌈짓돈 소중히 들고 가 산 잠자리채를 놀이터에서 자랑과 함께 휘두르며 그날 바로 망가뜨린 아이에게 나는 말했다. 우리 아가 내일은 관리소 가서 전체 방송을 할까?



아이는 물었다. 자랑을 하면 안되는 거냐고.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그냥.. 어른은 자랑을 그렇게 매일 보란듯이 하지는 않으니까.. 라고 속으로 생각만 했고, 아이에게는 이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 같고 못 가는 아이는 매일 그 자랑을 들으면 즐겁지 않을 것 같다고만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나는 왜 아이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게 하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그게 그래서였구나! 는 깨달음이 있다. 실은 끼워맞추기일테다. 나는 아마 일요일에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를 염두에 두었던 듯 하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지만 그로 인해 캠핑이 취소된다면 아이의 좌절과 1절 2절 끝없는 돌림노래로 이어질 실망에 위로를 해주다 지쳐 버럭하게 될 지도 모를 앞날이 그려졌던 듯하다. 그런 쪽으로는 학습이 야무지게 되어 있으니까!



아직 일요일이 되지 않아 비는 올 지 말 지 모르겠지만 오늘 낮에 우리 남편은 병원 가서 코 찌르고 두 줄 받아 왔으므로 캠핑은 확실하게 못 가게 되었다. 이것 봐. 내가 마냥 그렇게 무작정 부정적인 사람은 아니라니까.. 이상하게 느낌이 안 좋았다니까.. 다만 그게 코로나 때문일지는 몰랐지만. 



ㅠㅠ 좀 있으면 우리 애 오는데.. 말해야 하는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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