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붙드는 건 결국 '진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다
연애 예능의 포맷은 해마다 진화하고 있다. 싱글들의 짝 찾기에서 출발해 성소수자들의 연애, 돌싱들의 연애, 무속인들의 연애를 거쳐 이제는 부모가 함께 등장하는 연애 프로그램들이 나왔다. 하지만 연애프로의 장치들이 더해질수록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지는 요소가 있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건 특이한 장치가 아니라 '진짜 그들이 사랑에 빠졌는지', '정말로 연애가 하고 싶어서 프로그램에 참가했는지'라는 점이다.
최근 SBS가 선보인 '합숙 맞선'은 낯선 남녀가 한 공간에 모여 짝을 찾는 기본 구조는 유지하되, 참가자의 어머니가 함께 합숙에 참여한다는 설정을 더했다. 연애라는 사적인 영역에 가족, 그것도 부모가 직접 등장하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의 어머니들은 당사자는 직접 묻지 못하는 예민하고도 '현실적'이라 분류되는 질문들을 던진다. 그러면서 세대 차이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해당 프로그램은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한 배정훈 SBS PD와 넷플릭스 '솔로지옥'을 연출한 김나현 PD와의 만남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배정훈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연애 예능이지만 단순히 로맨스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부모와 자식 간의 진짜 속마음, 세대 간 가치관 충돌을 냉정하게 포착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작사 TEO가 공개한 신작 라인업 중 '내 새끼의 연애 2'에는 MBC '아빠! 어디가?'로 얼굴을 알린 윤후가 출연하며 방영 전부터 관심이 쏠렸다. 시즌1 당시에도 이 프로그램은 '아빠! 어디가?'에서 인기를 모았던 이종혁-이탁수 부자를 중심으로 화제성이 펼쳐졌다. 윤후 역시 해당 라인업이 공개되자 해당 프로의 화제성이 급증했다.
'아빠! 어디가?'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연예인의 자녀들과 함께 하는 관찰예능에 항상 따라 나오는 비판이지만, '내 새끼의 연애' 역시 이른바 '네포 베이비' 논란이 나왔다. 네포베이비란 부유하고 유명한 부모 덕분에 상대적으로 쉽게 주목을 받는 자녀들을 지칭하는 말로 '가족주의', '족벌주의'를 뜻하는 네포티즘(nepotism)과 아기(baby)의 합성어이다.
지난해 9월 '내 새끼의 연애' 첫 시즌을 선보였을 때 박현석 PD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네포 베이비 탄생에 대한 일부 우려'에 대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중요한 건 프로그램을 통해 표현하려는 연출 의도와 주제 의식이라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내 새끼의 연애'는 단순히 '연예인 2세의 연애 예능'이 아니라, 연애를 통해 성장하는 자녀와 그 과정을 지켜보는 부모의 이야기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라는 측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물론 연애프로그램이 너무나 많으니 차별점을 둔 것이지만 이 같은 '서사'는 핵심인 '연애'에 오히려 집중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한계가 보인다. 특히 시청자들은 '연애 예능을 통한 셀럽 되기'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출연자가 연예인이든 비연예인이든, 실제 목적이 연애가 아니라 인지도 확보와 방송 진출에 맞춰지는 순간, 시청자는 이를 빠르게 간파한다는 것이다. 화제성은 짧게 폭발할 수 있지만, 감정적 몰입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지난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 새끼의 연애' 경우 연예인의 자녀를 출연시키는 방식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는 '대물림'에 대한 지적에 더해, 연애에 대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나오는 건지 의심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특히 연애는 대중에 노출이 될 경우 리스크가 있는 사생활인데, 연애나 결혼 생활에 굉장히 큰 문제가 있어 '설루션'을 원하고 나오는 것도 아닌 듯 보였다. 시청자 입장에서 '정말 연애가 하고 싶어서, 혹은 연애에 문제가 있어서 나온 건가?'라는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합숙 맞선'의 경우 비연예인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평론가는 "이제는 연예인과 비연예인 구분이 없지 않으냐. 일반인도 하나의 영상에 의해 하루아침에 셀럽이 되는 일이 너무나 많다"며 "그렇기에 연애 프로그램에서 진정성이 없으면 결국 인지도를 얻어 셀럽이 되고 싶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반짝 화제성이 아닌 지속적 화제성을 보여주는 연애 프로는 역시 ENA·SBS Plus의 '나는 SOLO'가 꼽힌다. 출연료 역시 타 연애 예능에 비해 현저히 낮은 걸로 알려져 있으며 수많은 '현커'(현재 커플)에 이어 결혼 커플까지 배출해내고 있다. 오래 쌓인 결과가 신뢰를 만들었고, 시즌이 20기를 넘도록 이어지면서도 화제성은 지속되고 있다.
프로그램 화제성 조사 데이터를 제공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원순우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023년부터 이어진 비연예인 중심 예능 강세가 2025년 더욱 단단해졌다"라고 평가하면서 화제성 높은 예능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로 '연기하지 않는 예능'을 꼽았다. 시청자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서도 '진짜 리얼'을 골라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리얼리티라고 하더라도 연기처럼 보이는 것에 시청자들은 돌아선다. 웃긴 척, 재밌는 척, 놀라는 척 그런 연기가 느껴지면 화제성은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결국 시청자들은 이들이 '진짜 연애를 하러 나왔는지', 혹은 '관심을 받고 싶어 나왔는지' 알아본다. 시청자가 끝까지 지켜보는 프로그램은 결국 "저 사람들은 진짜 연애를 하러 나왔다"는 확신을 주는 쪽이다.
연애 예능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리얼리티에 기반한 장르다. 설정을 덧입힐수록 초반 주목도는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설정이 연애의 동기를 흐리는 순간, 시청자는 거리감을 느낀다. 최근 쏟아지는 포맷 실험은 산업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연애 예능의 '튜닝'이 거듭될수록,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더 단순해지고 있다. 결국 사람들이 보고 싶은 건 부모의 반응도, 스타 2세의 성장 서사도 아닌, 두 사람이 실제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다. 화제성을 만드는 장치는 계속 바뀌지만, 선택받는 프로그램의 조건은 오히려 원형에 가까워지고 있다.
p.s. 개인적으로 '나는 SOLO' 외 진정성이 터져 나온 연애 프로그램은 MBN '돌싱글즈' 시즌2를 꼽고 싶다. 돌싱들의 연애라는 장치가 있었으나 해당 결말은 재혼 커플을 탄생시킨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했을 때 정말 기다리면서 시청한 경험이 있다. 돌싱글즈 2 작가와 PD의 인터뷰도 읽어보시고 싶은 분은 아래 링크로.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008
*이 글은 미디어오늘에도 발행되었습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1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