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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현 Jul 26. 2024

나 혼자여도 괜찮아.

주변에 친구들도 많은 분들이 계시겠지만 난 …… 주변에 친구가 없다. 친구가 있어야 하는 걸 잘 느끼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좀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다.

난 어릴 때부터 은근한 왕따였다. 희한하게 나를 자신들의 모임이나 집단에 들이다가도 어느 시간이 지나면 삐죽이 내가 그 집단에서 제외되어 있다. 좀 내가 잘난 체를 한 건 아니고 무난한데도 집단에서 제외되었다. 어른들은 말도 예쁘게 하고 외모도 곱상하다고 하여 남들보다 예쁨을 받았긴 했다. 용돈이라고 주는 돈도 다른 애들보다 더 받기도 했다. 그래서 괴롭히는 아이들이 생긴건가. 동글동글한 성격인데. 단지 화가 나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정곡을 심하게 때려서 아이를 울린다. 남자애든 여자애든 가리지 않는다. 조용한 아이가 무섭게 돌변해서 그런건가.

난 아직도 왜 친구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를 거부하는지 알 수가 없다. 우울증 치료를 하면서 의사선생님도 친구 이야기 시작하다 보면 막힌다. 

“왜 주변인들이 자신을 거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성격이 모나지도 않고 말도 곱게 하시는 분이신데 말이죠. 이상하네요.”

이런 말을 할 때 나도 내 주변상황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주 사람 만남을 갖지 않았던 건 아니다. 문화센터에서 취미반에 아주머니들과 어울렸고 직장생활도 잠깐 했고 그 사이 만난 사람들이 꽤 된다. 근데 깊은 관계까지 가지 않았고 내가 무서워선지 깊은 관계를 피하는 감도 있다. 사람에 대한 상처가 많다.

대학 2학년 때다. 지금은 돌다리도 두들긴다고 사람 검증을 많이 하지만 이 땐 순진하게 사람을 믿었다. 그래서 통 연락이 없었던 중학교동창이 전화했다고 좋아했다. 몇 개월을 틈틈이 연락을 했나 보다. 겨울방학이 막 시작 될 무렵 서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주선해 주겠다고 올라 오란다. 엄마가 방학이라고 집으로 오라고 했지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서 서울 간다고 하고 친구를 보러 서울로 갔다. 

그런데 결과는……. 다단계였다. 거마동의 다단계에 동창이 빠져서 중학교앨범을 보고 먹이를 물색하다가 내가 걸린거다. 정말 크게 상처를 받았다. 업체에 거의 갇혀 지내고 감시를 받았다. 교육도 받았는 데 정신 멀쩡하고 아는 지식이 조금 있는 난 다 뻥인게 보였다. 정신없이 밑도 끝도 없이 말도 되지도 않게 교육하고 잠도 잘 재우지 않았다. 친해진다고 게임을 밤새도록 했다. 지네들도 힘들겠지. 그러다 집에 보름만에 보내주었으며 다시 올라와서는 단판을 벌여- 담판 짓지 않으면 쫓아 올까봐 확실히 해 두는 편이 나을 듯해서- 완전히 끝냈다. 그녀가 이랬다.

“5년 뒤에 포르쉐 끌고 갈 거니까 후회해도 소용없다!”

지금 20년이 지났는데 그녀는 어떻게 되었냐면…… 우연히 병원 자원봉사를 하는 중에 그녀를 보았다. 책을 빌리려 온 그녀는 아픈 아들을 보살폈다. 다단계의 그녀다!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그녀도 나를 못 알아봤다. 포르쉐를 끌고 온다던 그녀가 초라해졌다. 결혼은 누구랑 했는지 아이는?

또 큰 시련은 이단 종교에 후배에게 속아서 갔다 온거다. 이도 혼자서 갔다. 하루 있다 왔지만 세상 믿을 연놈 하나 없다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참 사람을 잘 믿어 생긴 마음의 상처다.

그래서 사람을 믿지 않는다. 거기에 약속을 해 놓고 파토내기 일쑤였다. 나와의 약속을 참 하찮게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 뒤 늦게 다른 이와의 약속을 하면 내 약속을 깨고 볼 일이였다. 약속은 깨라고 있다고 부모님도 곧잘 딸인 나와의 약속도 잘 깨셨다. 더불어 약속으로 인해 기대에 부푼 마음도 다쳐서 이제 기대를 하지 않는다. 허다한 약속들 참 많이 한다. 그리고 기대 한 껏 하고 김칫국도 부어서 마시게 만든 후, 그 다음엔 없는 일 마냥 모든 게 사라진다. 약속자가 얼굴을 싹 바꿔버린다. 어릴 때 실망하는 데 이젠 기대가 없으니 실망도 없다. 남자들은 내가 실망해서 울고불고 난리 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데 밋밋해서 남자들이 싱거워했다. 다른 여자들은 울고불고 난리치며 남자를 즐겁게 해 주는 듯했다. 왜 남자는 이리도 여자 마음을 갖고 놀까? 여자도 남자를 갖고 놀기도 하지만. 난 재미가 없다. 어쩌면 난 너무 정직해서 탈이다. 남들은 다 거짓말로 일관해서 정직한 나도 자신들과 같은 사람으로 보고 정직한 내가 거짓말쟁이들에게 오히려 거짓부렁이로 둔갑되는 어이없는 상황도 연출된 적이 있었다.

이래저래 사람의 상처가 이렇게도 많다. 세상이 거짓이니 나도 여기에 살아 남으려면 거짓으로 살아야 할 텐데 독야청정하고 있다. 정직해도 거짓된 세상에서는 똑같이 거짓으로 보게 된다. 이렇게 쓰니 나 또한 가슴이 살짝 아프네. 덕분에 돌다리도 열심히 두들겨서 나에게 상처 주지 않을 만한 사람일지 시험을 많이 한다. 그들도 나를 갖고 노는 데 나라고 못 갖고 놀까? 단지 남자면 거구들이 많아서 작은 내가 함부로 했단 2단옆차기라도 당하면 난 저 세상으로 가니 남자들에게 조심한다. 

그 만큼 20대의 나보다 훨씬 난 강해졌다. 사람을 믿지 않으니 실망이나 기대가 없어서 이젠 상처를 받지 않는다. 귀가 순해져서 왠만한 욕도 욕이 아니게 되었다. 공자가 말한 인간세상을 도통한 60대 이순이 40대 불혹인 나에게 찾아왔다. 

그래도 세상은 정직한 자에게 정직하게 다가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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