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금요일….. 액(厄)(모질고 사나운 운수).이 꼈는지 유달리 손가락을 많이 베였다.
칼이 너무 잘 들어. 스윽.
나는 잘 다친다. 다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남들보다 잘 다친다. 특히 가족 중에서 병원 신세를 많이 진다.
올해 6월은 열심히 운동하고 글쓰기를 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왼쪽 팔목 대신 팔이 나가서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하게 되었다. 키보드를 사정없이 두들겨서 그런거 란다. 쉬엄쉬엄 했어야 했는데 적당히가 없어서 팔을 잘 못 쓰게 되었다. 평생 안고 가게 되었네. 또 열심히 운동한 결과 오른쪽 발가락 사이에 티눈이 생겨서 보름을 점점 아파와도 참았다가 도저히 참지 못해서 피부과에 가서 제거 수술을 받았다. 되게 아플 줄 알았는데 마
취를 살짝 했는지 아프지 않았다.
작년에는 그래도 무난히 지나갔다. 이 때도 아팠던 거 같기도 하고. 뭐 다치는 데 예고가 있을까.
어떤 사고는 예고가 있다고 하는 데 말이다. 나도 어쩌면 예고가 되었던 것일 수 있다.
칼이 너무 잘 들어서 삐긋 했다 다친 거라 실수가 없었다면 다치지 않았을 거라는 거다. 하긴…. 칼을 갈고 난 후로 칼날이 날카롭다고 엄가 칼질을 대신하시고 쓰윽 텔레비전 앞으로 가셨다. 내가 손이 둔해 투박하게 칼질을 한다. 즉~ 칼질을 못한다. 그래서 이런 사단이 난 거다.
남들 볼 땐 조심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더 들여다보면 손이 둔 한 것도 있지만 남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해서 지쳐서 실수가 생긴다고 볼 수도 있다. 집안일은 반복적인 일이다 보니 잘 조절하면 몰리는 일이 없는 데 이 땐 일이 손에 익지 못해서라 할 수 있겠다. 근데 15년째 집안일을 배우고 하면서 손에 아직도 익지 못한 건 내 탓이겠지? 아무리 해도 엄마처럼 빠르고 정확하고 깨끗하게 못하겠다. 43년의 내공과 15년의 내공은 천지차이니까.
나도 내가 내 자신을 참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다. 왜이리 내 기대와 어긋나게 행동을 하는 걸까. 건망증이 있는 게 아니라 손으로 하는 건 하나 같이 잘 못하는 축에 속한다. 평생 손 야무지신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자라서 나도 이러길 내심 내 자신에게 바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덜렁거리고 손이 야무지지 못해서 내 자신을 힘들게 했다. 즉, 몸으로 하는 일은 못한다. 그렇다고 나의 엄마가 못 한다고 시키지 않으실 분도 아니다. 15년동안 못해도 꾹 참으며 일일이 하나씩 다 가르치셔서 이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엄청나게 복창이 터지셨다고 회상하셨다. 걸레 빠는 법도 모를 수 있냐고 근데 여기서 짚고 넘어갈 이유가 있다. 나의 엄마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하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는 분이기에 내 맘대로 하면 안될 거라 판단이 들어 제대로 못했을 뿐이다.
어찌되었건 지금 난 기대에 어긋난 내 자신과 화해를 했다. 나도 이제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한다 생각한다. 까칠한 엄마가 사람 되었다고 좋아하시는 거 보면. 그러면서 유난히도 가족 중에서 잘 다친다.
액이 자주 끼면 안되는 데……… 조심성을 갖췄으면 한다. 덜렁대며 조심성이 없는 성향을 어떻게 바꿔주면 안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