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니 벚꽃이 만개했다. 그래서 벚꽃놀이를 하러 외지로 나가야 할까 생각하게 되지만 우리 동네도 이쁘게 벚꽃이 활짝 폈다. 어느 순간부터 타지에 있는 이름난 명소를 찾아 다녀야 하나 싶은 생각이 팍팍 들었다. 가서 사람에 치이고 사진은 예쁘게 못 찍고 별로다. 청풍, 서울 명소를 찾아다니다 나가 떨어진 격이다. 그저…. 타지역까지 가려면 힘들다는 거다.
기억에 가장 벚꽃이 참 멋드러지다 생각한 건 창원시 진해군의 아름드리 벚꽃나무들이였다. 상인들도 많이 나와 상춘객들을 맞이 했다. 이 날 축제라 어찌나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는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래도 엄마와 나는 사진을 열심히 찍었고 엄마는 나만 찍으셨다. 사람이 몰려 삼각대에 카메라 올려 투샷을 찍을 수 없었다. 이 때 난 삼각대 올려 놓고 사진 찍는 법을 잘 모르기도 했다. 상인들이 파는 머리띠…… 보이시하게 입어서 살랑살랑 원피스 입는 봄처녀에게나 어울리는 모조 벚꽃머리띠를 사지 말라고 해도 사서 나에게 씌웠다. 아, 전혀 어울리지 않아. 머리띠를 하고 여기저기 벚꽃나무가 있는 데크를 활보하며 남은 건 사진밖에 없어서 잘 찍었다.
다음날 해군사관학교에도 벚꽃 축제를 해서 아침 일찍 찾아가 대기한 후 들어가서 팡팡 사진을 찍고 견학(?)도 했다. 해군복도 입어서 기념 사진도 찍었다. 여기도 빨빨 대며 돌아다녔다. 참 지금까지 벚꽃 나들이 중 제일 좋았다. 재미도 있었다. 사진을 팡팡 찍으며 눈으로 사진으로 담는 벚꽃들이 바람에 흩날릴 때 와~소리가 나왔다. 너무나도 예쁜 거 있지~
5년 뒤, 이제 동네 벚꽃들도 너무 예쁘다. 동네에서 벚꽃 사진을 찍어도 어디 손색이 없다. 그래서 작년 4월 1일에 원피스를 입고 나홀로 동네 벚꽃 나들이를 했드랬다. 정말 벚꽃나무들이 활짝 다 피어서 어떤 포즈로 사진을 찍어도 다 잘 나왔다. 이 때 혼자서 삼각대로 카메라 고정해서 사진 찍는 법을 알게 되어 혼자서 잘 찍었다. 주변 시선에 아랑곳없이 말이다. 벚꽃 놀이에 남 눈치 볼 이유가 어디 있는가!
벚꽃이 이제 활짝 폈으니 슬금슬금 지려고 꽃잎을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이도 흩날리는 꽃잎이 너무 예쁘다. 한 순간을 열정을 불태우고 꽃잎을 떨어트리는 벚꽃나무를 보니 우리 인생도 이렇지 않나 싶다. 열정적으로 살다 중년이 되고 나면 사회에서 어느새 직장에 밀리거나 지쳐서 쉬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30대에 바짝 돈을 벌어 놓아야 그 이후의 삶이 편하다고 누군가 그러긴 했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두 손 꼭 잡고 다니는 연인들과 조그마한 아이의 손을 잡고 벚꽃 구경을 하러 오는 젊은 부부들, 중년을 지나 노년으로 향해 가는 부부과 성인 자녀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 벚꽃시즌을 만끽한다. 나는 노년으로 향해 가는 부모님과 성인자녀다. 부모님도 70대가 되어 가려 하신다. 언제 이렇게 늙으셨는지! 젊었던 그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한 편으로 다 큰 자녀로 가슴이 아프지만 나도 늙어가고 있기에 훗날 노노케어가 되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이 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노인부양을 사회보다는 개인에게 맡긴다. 그래도 방문요양센터, 노인복지관 같은 돌봄이나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생겼기에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다른 분들도 만나면 어쩔 땐 부딪혀서 싸우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노년을 보내는 데 이만 한 데가 없을 거 같다.
벚꽃 시즌이 슬슬 끝나가고 있다. 그 다음은 녹색의 잎이 짠 하고 나타나 싱그러운 여름을 보내게 해 준다. 이미 꽃이 떨어지면서 그 자리에 녹색의 잎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여름을 준비하는 거지. 그 여름의 벚꽃나무도 멋드러진다.
나는 벚꽃이 피면 울적한 마음이 사라진다. 치료를 해서 울적함은 많이 좋아졌지만 만성이 되어서 그런지 기분이 축 쳐진다. 그래도 이런 날은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내 울적한 맘을 업되게 신나는 음악을 듣는다. 그러면 기분이 업 되어서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 워낙 우울증이 오래 되다 보니 외적인 풍기는 분위기도 조금은 우울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우울해서 햇빛을 쬐며 벚꽃구경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
벚꽃엔딩이 시작되었다. 버스크버스커의 ‘벚꽃엔딩’이라는 음악이 그래서 생각이 난다. 이제 벚꽃이 흩날리며 지려한다. 그 자리에 푸른 잎으로 감싸 가을이면 열매를 벚찌를 만들 것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닮았다. 제 1의 인생을 불태우고 나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여 결과가 창대해 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