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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소하 Aug 15. 2024

들어가는 글

어쩌면 고백하는 글 아니면 당부하는 글

당신은 눈치가 빠른가? 보통의 사람이라면 잠시 고민할 만한 질문이다. 당신에 대한 주변인의 평가부터 당신의 의견까지 고려 해 5초가량 고민할 만한 그런 문제이다. 그러나 당신의 대답과 상 관없이 나는 정답을 알려 줄 수 있다. 당신은 눈치가 매우 빠르 다. 지나치게 빠른 나머지 이 우주의 비밀과 아주 가까이 닿아 있 을 정도이다. 그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이 책에 이끌려 오게 되었 다는 것이 그 증거다. 물론 이 책에 이끌린 것이 당신의 의지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제목을 표지에 박아 두어서일 수도 있다. 누군가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 했을 수도 있고, 선물했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당신 스스로 판 단해서 이 책을 고른 건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수많은 경우의 수들을 헤쳐 지나간다. 자극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활자로 이루어진 자극은 아무 리 강하더라도 간지러운 수준이다. 대부분은 이런 제목의 책을 서 점에서 발견하더라도 “또 저런 제목이군”이라 생각하며 다른 베 스트셀러 코너로 시선을 옮길 것이다. 그런 결정이 훨씬 생산적 이고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 다. 당신은 손을 뻗어 책꽂이에서 이 책을 꺼냈다. 혹은 받았다. 당신에게 말을 거는 제목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혹은 어떤 기운을 느끼고, 아니면 머리로 인식도 하기 전에 손끝이 먼저 책등에 닿 아서, 아무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과정을 거쳐 이 책을 꺼냈다. 바로 그 선택이 당신이 이 우주의 궁극적인 비밀에 닿기 직 전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이상 질질 끄는 건 잉크의 낭비다. 당신은 이 우주가 아주 작은 세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비밀을 알고 있다. 영화나 판타 지 소설에서 봤던 세계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하는 말, 꾸는 꿈, 꾹꾹 눌러쓴 일기, 흘려보낸 눈물, 애매하게 끝난 이 야기, 심지어 책상 위 스노우볼까지. 이 모든 것들이 각자 온전한 세계로서 굴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만들어진 거냐고? 나는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비밀의 출처가 신이기 때문이다. 그게 내 가 궁극적인 비밀에 닿기 직전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어쨌든. 수없이 많은 세계들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지만 그 사 이의 모든 이음새가 완벽하지는 않다. 눈치가 아주 빠르거나 주변 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의 균열을 눈치 채게 되어 있다. 나 또한 그중 하나였다. 당연히 내 가 발견한 비밀을 여기저기 떠벌리고 싶었지만 지금의 세상은 그 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 더 시끄럽게 떠들고 갈아엎어야 할 일들이 많지 않은가. 그러니 당신은 거대한 대나무숲을 펼친 셈이다. 


당부할 것이 있다. 이 책은 혼자 읽어야 한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비밀이 그리 대단하지 않기 때문이 다. 세상의 안팎에 또 다른 세상들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밟고 사는 땅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새로운 금속이나 석유의 발견 정도는 되어야 하루 정도 떠들썩할 속보가 될 것이다. 아무리 중대한 사건이라도 일주일을 못 넘기는 세상에서 이런 내용의 책 을 누군가에게 보여 주었다가는 그 사람에게 당신은 음침한 음모 론자나 철이 덜 든 몽상가로밖에 안 보일 것이다. 정 비밀을 말해 야겠다면 이 책은 보여 주지 않고 갑자기 떠오른 허무맹랑한 이야 기인 것처럼 자연스럽고 장난스럽게 툭 던지는 것이 현명하다. 


이제부터 당신은 내가 찾아낸 작은 세계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주 서투르게 이어져 있는 세계들을. 부디 그들과의 만남이 즐겁고 안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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