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별, 일출

2025.07.24

by 여전히

걷기 시작했던 초반에는 다른 순례자가 나를 계속 앞질러 갈 때 불안했다. 공립알베르게에 못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립알베르게는 사립알베르게에 비해 훨씬 저렴한 편이다. 가장 저렴했던 알베르게가 7유로 정도 하니까 사립에 비해서 반값에 잘 수도 있다. 공립알베르게는 선착순으로 체크인을 한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한 번도 6시 이후에 일어난 적이 없다. 30km 정도를 걷는 날이면 새벽 4시에 나왔고, 25km를 걷는 날이면 5시, 20km를 걷는 날엔 6시에 출발하려 했기에 5시 30분에는 일어났다. 12시쯤엔 그날의 종착지인 마을에 도착해야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이제는 누가 나를 앞질러가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공립알베르게를 못 들어가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찍 나옴으로써 내가 가지게 된 다른 것들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중 제일은 매일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 일출은 더 예쁘더라. 매일 보는 일출인데 날마다 색깔이 다르다는 게 신기하다.

또 다른 하나는 별을 마음껏 볼 수 있다. 매번 사진이 안 찍혀 아쉽다. 오늘은 유독이나 많았다. 몇 초 동안 가만히 서서 목이 빠져라 별을 감상했다. 이토록 많은 별을 이렇게 오랫동안 그리고 날마다 볼 수 있는 날이 앞으로 있을까. 걷기 시작한 날이 지날수록 별이 더욱더 선명히 보였다. 왜인가 하니 달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처음 걷기 시작할 때는 보름달이었던 달이 이제는 초승달이다. 서울에 살면서 달을 보다 보면 문득 보니 작아졌고 문득 보니 커졌던 적은 있었어도 동그랗던 달이 손톱모양이 될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본 적은 없었다.

내가 걷는 시간이 흐를수록 달이 작아지고, 작아지는 달에 맞춰 별이 더 보이고, 난 또 그 별을 하염없이 보고, 별이 지고 해가 뜨는데 그때마다 다른 풍경으로 나에게 다가올 날이 살면서 과연 있을까.

<오늘의 기록>

이동 도시 Leon 5:46 -> San Matin del camino 11:22

거리 25.2km (공식 25km)

걸음 37.773

내일도 부엔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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