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6
까미노 위엔 많은 천사들이 있다.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주는 순례자. 순례자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알베르게의 자원봉사자분. 순례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마을 주민. 그리고 소개하고 싶은 두 장소가 있다.
이곳은 어제 만난 도네이션 바다. 여러 종류의 과일과 빵, 쿠키 그리고 음료와 요거트까지 있다. 아, 심지어 삶은 계란도 있다. 오렌지 주스를 바로 짜 먹을 수도 있다. 모든 과일은 다 씻어놨으며 빵도 눅눅하지 않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기부제로 운영된다. 원하는 만큼 먹고 원하는 만큼 가운데 보이는 상자에 넣으면 된다.
나는 무려 네 가지 종류의 과일(수박, 바나나, 납작 복숭아, 청도복숭아)과 삶은 계란과 빵 한 조각을 먹었다. 이곳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는 두 분이 계셨는데 아마 그분들이 관리하시는 것 같다. 확실한 대가 없이 운영하고 있음에 너무 존경스러웠다.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나처럼 야무지게 먹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를 기부하나 쳐다보게 되고 그러다 마음이 상하고 결국 제풀에 지쳐 그만두지 않았을까. 그러기에 이곳이 오래오래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양심껏 기부금을 넣고 왔다.
두 번째 장소는 오늘 만난 실링 쎄요를 해주는 곳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실링 쎄요를 해주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고 하던데 나는 여기서 처음 만났다. 앞선 분들이 빠져나가길 기다렸다 내 차례가 되자 한 가지 문양을 골랐다. 30여 가지가 넘는 모양 중에 한 가지를 고르면 사장님이 얼굴을 보시곤 색깔을 골라 찍어주신다.
그렇게 탄생한 나의 첫 실링쎄요. 너무너무너무 예쁘다. 사진이 실물을 못 담아 아쉬울 정도. 이곳 역시 기부제로 운영하고 있다. 쎄요가 너무 마음에 들어 사장님과 사진이 찍고 싶어 졌다. 멋지게 웃어주신다.
그들의 선행에 감동받고 미소에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다. 까미노가 주는 건 이처럼 너무 다양하다. 까미노의 천사들이 오래오래 그 자리에 머물러있어 주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게 된다.
그나저나 엄청난 피자집 발견. pizzeria L'isola Che Non C'è. 포세바돈에서 피자를 먹을 여유가 되신다면 리코타 치즈 올라간 피자는 꼭 드시라고 추천드린다.
총 4종류의 피자를 먹었고 모두 맛있었지만 특히 이 피자가 정말 맛있었다. 리코타치즈와 시금치와 토마토소스가 얇은 도우 위에 완벽한 비율로 올려져 있으며 지금까지 먹었던 피자 중에 가장 맛있는 피자로 등극했다.
<오늘의 기록>
이동 도시 Astorga 5:35 -> Foncebadon 12:19
거리 27.7km (공식 25.3km)
걸음 42.005
내일도 부엔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