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9km를 쉬지도 않고 걸었나

2025.07.27

by 여전히

일단 늦게 나온 게 큰 작용을 했다. 5시엔 나오고 싶었으나 알베르게 문을 6시에 열어주었다. 6시에 바로 나오고 싶었지만 나의 숙박비에는 조식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그냥 나올 수는 없어 조식을 먹고 나왔다. 조식은 6시부터 차려졌고, 그렇게 조식을 먹고 나오자 6시 30분이 되었다.

아침을 먹고 나왔기 때문에 굳이 일찍 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원래 계획은 총 26km의 거리 중 13km 가서 한번 쉬고 다시 13km를 가려했었다. 그런데 화장실이 가고 싶어 진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일찍 쉬자라는 마음으로 바로 보이는 마을에서 바르를 들리기로 마음먹었다. 포세바돈에서 내리막길이 시작되려는 지점에 한 마을이 있었다. 마을 초입에 있는 바르로 들어갔다. 순례자들이 많이 보였다. 볼일을 보고 따뜻한 바게트 샌드위치와 카페콘레체를 시켜 2차 아침을 먹었다.

순례길에서 따뜻한 샌드위치를 먹는 건 처음이었다. 참치오믈렛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맛이 꽤 좋았다. 만족스럽게 먹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이 마을은 오늘 걷기 시작한 지 7km 지점 정도 되는 마을이었다. 중간에 쉴 걸 미리 쉬었으니 여기서부터 폰페라다까지 쉬지 않고 걸어 보자 마음먹었다.

두 번째로는 오늘 가려는 알베르게가 기부제 알베르게였다. 순례자들이 많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바, 늦게 가면 내 침대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마다 걷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오늘 누울 침대 있겠지?‘ 인 만큼 나는 항상 잠자리를 걱정했다.

세 번째로 내리막길이 무척이나 재밌었다. 누군가는 산길을 내려가는 게 힘들다고 할 수 있지만 나는 흡사 지뢰 찾기 게임하는 느낌이었다. 최대한 안전한 곳을 밟으며 내 길을 만들어 가는 게 아주 흥미로웠다. 중간에 살짝 뛰면서도 내려온 것 같다.

그렇게 7km를 남겨두고 내리막길이 끝났다. 남은 길은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었다. 이쯤 되자 정말 한 번에 19km를 걸어볼까? 하는 오기가 생겼다. 사실 처음 19km를 한 번에 걷겠다 마음먹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10km 정도 갔다 쉬어야지 했다. 지금까지는 한 번에 최대 13km까지 걸어보았다. 그 이상도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 go 다. 발바닥에 열기가 발목까지 느껴져 종아리 아래로 모든 게 뜨거웠다. 아스팔트의 열기인지 나의 열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걸었다. 발목이 점점 부어오른 게 느껴져도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예상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알베르게에 4번째 순서로 들어갔다.

알베르게에 도착하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다리가 퉁퉁 부어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일 근육통에 시달리겠구나, 직감적으로 알게 됐다. 이렇게 까지 열심히 걸어올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나만의 한계를 하나 뛰어넘은 느낌이라 좋았다. 그래, 하면 되는구나.


<오늘의 기록>

이동 도시 Focebadon 6:29 -> Ponferrada 12:37

거리 27.2km (공식 26.7km)

걸음 41.685

내일도 부엔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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