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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줌 May 02. 2024

'아빠의 빈자리'는 어떡하나요?

김창옥 교수가 알려준 비법






<김창옥쇼2> 11화에 18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스물네 살의 앳된 싱글맘이 출연했다. 


그녀의 이름은 이세빈. 사연을 소개하며 눈물을 보이다가도 씩씩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아이를 출산하고 얼마 뒤 사실혼 관계였던 남편에게서 헤어짐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아이를 입양 보내라'는 그의 말에 그녀는 차라리 싱글맘이 되기를 택했다. 아이의 웃는 모습을 이미 눈에 담아버린 어린 엄마는 도저히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비겁한 전남편과 달리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 자기 앞에 놓인 이 커다란 문제를 명징하게 직면하고자 방송에 나왔다. 김창옥 교수는 이렇게 사연을 보내고 방청을 신청한 것 자체가 '김창옥'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을 대면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할 근원적인 힘 없이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아직 눈가가 촉촉한 그녀에게 명확히 짚어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혼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너무 일찍 어른스러워질까 봐.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에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게 될까 봐.

그리고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고 힘들어할까 봐.'







그녀의 물음에 김창옥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그 아이는 마음이 파일 거예요. 반드시. 

세빈 씨가 그랬던 것처럼. 제 어린 시절이 그랬던 것처럼.

인식이 생기면서 더 상처받을 겁니다. 그걸 막을 수는 없어요."


마음이 반드시 파일 거라고 잘라 말하는 김창옥 교수의 말에 세린 씨와 함께 내 가슴도 내려앉았다. 눈앞에 우리 아이 얼굴이 떠올랐다. 징이 울릴 때 오래 전해지는 파동처럼 아주 깊고 낮은 곳으로부터 묵직한 진동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 떨림은 이내 온몸으로 전해져 나는 내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만난 듯 몸서리쳤다.


김창옥 교수는 눈 빨간 두 싱글맘에게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이도 극악의 퀴즈만 던져놓고 사라지는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친절하게도 놀란 세린 씨와 나에게 그 해답의 열쇠가 놓인 위치도 알려 주었다.


우선 이미 아이의 마음에 움푹 파인 구덩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을 숨기거나 부정하려고 하면 안 되고,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그러고는 세빈 씨와 나에게 엄마로서 '어떻게 그걸 채워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라고 주문했다. 아이 마음속 구덩이를 급히 흙으로 낙엽으로 덮어 숨기려 하지 말고, 거기에 엄마가 '좋은 물'을 흘려주면 그것이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고 했다.








아빠가 없어 생긴 우리 은우(가명) 마음속 '아빠의 빈자리' 구덩이를 나는 무엇으로 채우면 좋을까?


꼭 다른 '아빠대리'로 채워야 할까?

아니다.

내가 아이의 마음에 흘려보내고 싶은 '물줄기'는 따로 있다.



'시간'

더 많은 시간을 더 집중해서 아이와 눈 맞춰 주어야겠다.


'사랑'

더 크고 굳건한 사랑을 아이에게 말해주어야겠다.


'웃음'

일상의 아이의 듣기 좋은 웃음소리로 가득 차도록 아이가 이야기할 때 맞장구치며 잘 들어주어야겠다.


'자부심'

엄마가 더 멋진 사람이 되어서 엄마가 학교 갈 때 아이 어깨가 펴지도록 내가 먼저 당당하고 행복해져야겠다.


'단단함'

아빠가 없지만 괜찮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일상의 어려움을 같이 헤쳐나갈 수 있도록 참여시켜 주자. 일방적으로 보호해 주기보다 '이런 문제가 있고, 우리는 이렇게 해결할 거야.' 하며 어려움은 해결해 나가는 거라는 진리를 알려주고 싶다.


'진실됨'

거짓으로 연기하는 것은 결국 드러나고 스스로를 속이면 더 큰 불행이 찾아온다. 자신을 믿고 항상 진실하기를 바란다.


'강인함'

악인이 나타나도 휘둘리지 않도록 내면이 강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쓰다 보니 깨달았다. 이것은 모두 내가 나 자신에게 바라는 모습이었다.


'그래,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자!

그러면 물줄기가 자연히 우리 아이에게로 흘러내리리라.'


나는 그래서 스스로 당당하고 진실되며 강인해지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그런 엄마를 보며 아이는 자부심을 느끼고 닮아갈 거라 믿는다.








그러니 아이가 안쓰럽고 애틋해 죽겠어도, 엄마인 우리 스스로를 먼저 돌보아야 한다. 우리 마음에 양분이 되는 '좋은 책, 좋은 자연, 좋은 친구, 좋은 운동' 등을 가까이하면서 우리 정신과 마음에 좋은 음식들을 자꾸만 섭취하자.


김창옥 교수는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시간'을 꾸준하게 지켜내면 그 시간이 다시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에 참 중요한 진리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스로를 지키고 구원할 수 있는 존재는 '나' 자신밖에 없다는 깨달음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시간을 매일 1시간이라도 꾸준히 가지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케어하고 진정으로 보듬어줄 수 있게 된다.


이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우리 인생을 보는 렌즈가 또렷해진다. 누구를 위한 삶인지 모르게 '엄마', '아내', '며느리' 같은 역할로만 존재할 때는 초점이 안 맞는 안경을 쓴 듯 온 세상이 뿌옇다. 그 흐리멍덩한 안경을 벗어버리자. 시력에 맞지 않는 안경을 오래 쓰고 다니면 정말로 시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니 소중한 내 눈에 맞는, 내가 가진 시력에 맞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맑고 또렷하게 보자.


그렇게 명확히 우리 앞에 놓인 인생을 바라보면 된다. 거기서부터가 '진짜 내 인생'의 출발점이다. 나도 린 씨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진짜 인생은 지금부터다!







[김창옥쇼2] 11화. 싱글맘 에피소드

https://www.youtube.com/watch?v=KC4Gd4eBo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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