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의지와 실망의 한끗 차이.

by 제밍






나를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만큼 내게 실망할 사람이 있다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내게 흘러가는 시간보다 엄마의 시간은 배로 빠르게 흘러가는지, 작년부터 부쩍 병원 출입이 잦아져서 그런지 마음이 약해진 엄마는 내게 의지하시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엄마가 걱정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그래도 엄마가 의지할 사람 정도는 되는구나,라는 안심도 같이 됐던 거 같다. 엄마가 이렇게 의지하는데, 실망시켜드리고 싶지도 않고 엄마의 마음이 평온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되도록이면 시간을 빼고 힘들어도 엄마의 병원 가는 길엔 열에 아홉은 함께했다.

그런데 항상, 열에서 아홉을 뺀, 그 한 번이 그렇다.
차마 뺼 수 없는 사정이 있었고, 집 근처 병원이었으며, 단순한 검사뿐인 진료라 이번엔 같이 가드리기 어렵다고 말씀드린 그 한번. 그 찰나에 엄마 눈에 비친 실망감을 나는 못 본 척할 수가 없었다.
엄마는 이해하려고 하셨다, 아니 충분히 이해하셨을거다.
하지만 이해했다고 실망했던 순간을 부정할 수는 없는 거라서. 1초도 안되는 그 순간이 열에서 아홉, 엄마와 함께 가던 병원 길이 다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달까.
당연하게 모든 순간을 함께할 거라 예상하셨을 테니, 엄마가 실망하실 수 있다는 것 또한 나도 이해하지만.
그리고 아직 내가 완벽하게 의지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란 것도 알지만. 그냥, 알면서도 그런 마음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거다.

그렇다고 엄마가 나를 의지하는 마음을 부담감으로 짋어지고 엄마를 대하고 싶진 않아서.
한번 이야기하고 툭 털어내려고 이렇게 적는다.
의지도 실망도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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