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밥은 천천히 꼭꼭.

by 제밍





오히려 퇴사한 이후 밥 먹는 속도가 빨라졌다, 회사에서 밥을 먹을 때보다.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문득 아침을 먹으며 보니 이상하게 밥을 왜 이렇게 빨리 먹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같이 먹기 시작한 부모님은 아직 절반조차 못 드셨는데 나는 어느덧 그릇 밑바닥이 보일락 몰락이었으니.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을 정도로 배가 고팠던 것도 아니다.
요즘 아침은 배가 고파서 먹는다기보단 약을 챙겨 먹기 위해 의무적으로 먹는 느낌으로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급하게 먹을 일이었나.

오히려 회사에서 밥을 먹을 땐 거의 밥 먹다가 점심시간이 다 지나갈 정도로 천천히 먹는 편이었다.
그땐 오히려 왜 이렇게 늦게 먹었지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밥을 다 먹고 나면 고작 점심시간이 10~2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30분 정도 걸려서 밥을 먹으면 오늘은 너무 빨리 먹었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런 게 조급해진 마음인 걸까.
겉으로는 아닌 척,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람인척하면서도.
밥을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야 할 정도로 쫓기는 사람인 것을 숨기지 못하는. 정작 무엇에 쫓기는지도 모른 상태로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도 때도 없이 가빠져오는 숨에 체기까지 더하고 싶지 않으니. 비록 여유를 즐기지 못하는 마음이 진짜여도 식사 시간만큼은 여유를 찾아가는 사람이 되도록.
조금 더 나아지려고 퇴사를 결심했던 것처럼.

조금 더 나아지도록.
오늘 점심부터는 보다 천천히 먹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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