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조금 더 잠들어도 되는.

by 제밍






퇴사 후 오히려 약간의 강박을 가지게 되었다, 7시 전 기상하기에.
퇴사를 해놓고 뭐 하러 그렇게 일찍 일어나냐고 하겠지만
평소 회사를 다닐 때보다 무려 1시간 30분을 더 자는 시간이라 잠이 부족하다고 느낄 필요도 없다 생각했고,
약기운인지 깊어진 우울 때문인지 정말 의지 없이는 하루 종일 잠만 자기 때문에 쓸데없이 시간을 축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마음이 강박 같다고 느껴지더라도 그렇게 일어나야만 한다고 여기는 편이다.
그리고 그 강박은 퇴사한 지 1달이 조금 넘은 오늘까지 예외 없이 잘 지켜지는 편이었다. 그동안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평소보다 오랜 활동을 했을 때도 말이다.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뭉그적거리다가도 어떻게든 일어나 앉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 종일 여행을 다니며 열두 시 넘어서 잠들었음에도 여섯 시에 알아서 눈이 뜨였다, 알람이 없이도.
옆에서 같이 잠든 친구는 곤히 자고 있던, 조심조심 방에서 나온 거실엔 창가에 어스름한 푸른 새벽빛만 남은 시간.
내가 너무 유난이구나, 여기까지 와서 이 새벽에. 강박이 피곤한 걸 이겼나 보다.

친구들이 깰까,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다 달밤에 체조, 아니 새벽에 체조라도 하자 싶었다.
지난주 운동 가서 배웠던 가물가물한 자세를 어중간하게 따라 해 보고, 스트레칭하겠다고 팔다리를 쭈욱 펴다 괜히 상다리에 부딪혀 혼자 식겁하고.
이게 뭐 하는 건가, 한숨 한 번 크게 쉬곤 멍하니 그 푸른빛 아래 가만히 누워봤다.
고요한 새벽. 섣불리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이 시간.
따뜻하게 바닥에서 올라오는 난방 열기 때문인지 조금 전 헛짓거리 때문인지 온몸이 노곤해지는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다, 마침 잠결에 나온 친구가 부르는 목소리에 홀린 듯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홀린 듯이 눈이 감기고, 그렇게 나도 모르게 스르르 다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어느 순간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여덟 시가 넘은,

나의 강박이 깨져버린 시간.
7시 기상을 지키지 못한 마음은, 홀가분했다.
전날 그렇게 움직이고 그랬음에도 개운했다.
새삼 나는 잠이 부족하다고 느껴도 됐었고,
7시가 넘은 기상은 쓸데없는 시간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뭉그적거리는 몸짓 없이 침대에서 한 번에 일어나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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