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두꺼운 보험 계약서를 펼쳐보는 건
아픔보다 돈이 더 비참해서다.
엄마가 생각보다 많이 아프다.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도 수술은 하겠거니, 하는 마음을 미리 굳게 먹고 갔음에도 이미 먹고 간 마음에 더 속이 더부룩하게
예상하는 수술 규모는 컸다.
엄마는 긴장으로 식은땀을 흘릴 뿐 굳건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섰다.
땀이 이마를 흘렀지만 미리 의연하게 먹은 마음 덕분인지
크게 동요하지 않는 엄마가 내심 대단해 보였다.
그러다 수납을 하는 도중 엄마는 억, 소리를 냈다.
뭐가 문제인가 싶어 보니 수술 전 한번 더 자세한 검사를 위해 MRI 검사를 하기로 했는데 그 돈이 그랬다.
꽤나 큰돈이 든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어봤지만 여태껏 찍어본 적이 없으니 직접 체감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엄마는 한 숨을 한 번 내쉬더니 약간은 힘이 빠진 손으로 수납을 마저 이어갔다.
카드 결제까지 10초도 되지 않는 그 찰나, 엄마가 비참해진 모습이 서글펐다. 그저 남들보다 열심히 살고 아픔을 참고 참다 왔을 뿐인데, 그렇게 얻은 미련한 아픔보다 아픔의 가치를 매기는 돈이 더 아프게 다가오는 일이. 괜히 아파서 돈을 쓴다고 생각할 엄마의 마음이 MRI를 미리 찍은 듯 눈앞에 보여서. 목구멍에 눈물이 차오르고 비참했다.
애써 덤덤하게 보험이 있으니 걱정말자며 엄마를 어르고 달래곤 보험 계약서를 펼쳐보니 검사부터 입원, 수술까지 보장받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입안에서 나오는 건 한숨이 다였다.
그나마 돈이 덜 들겠구나라는 마음으로 안도의 숨을 내뱉는다면 여전히 비참할 것 같아서. 그저 계약서를 덮고 묵묵히 숨을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