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하면 월급 많이 받아?라는 질문은 제일 먼저 들었다, 서점에서 사 온 문제집을 본 동생이 내뱉은 첫마디로.
퇴사를 마음먹으며 되돌아본 지난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회사를 다니며 얻은 것보단 잃은 것이 조금 더 많아서, 어지러운 몸과 마음을 다잡으며 쉬어가고 언제나 갈망하고 있던 글 쓰는 일에 집중하고자 퇴사를 마음먹은지라. 크게 개의치 않을 생각이었다,
마냥 모아둔 돈을 쓰기만 할 순 없으니 무리하지 않을 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꼬박꼬박 매달 받던 월급만큼 받지 못하더라도.
하지만 개의치 않으려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오랜만에 구인 구직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스르륵 손가락으로 넘겨보다 보니 하나둘씩 늘어갔다, 한 달 동안 침대에 누워 숨만 쉬어도 통장에서 빠져나갈 돈들이.
한 달 보험비가 얼마였더라, 적금이 언제 까지더라,
주택 청약도 빠져야 하고, 핸드폰 요금도 있고, 갚아야 하는 할부값이 총 얼마였지, 아 엄마 아빠 상조 보험을 빼먹었네. 게다가 어지러운 몸과 마음을 다잡으려 결정한 퇴사이니 치료도 꾸준히 받아야 할 테니, 적어도 주에 한 번씩 병원을 가면 한 달에 병원비가 얼마나 나오려나. 다음 달에는 초음파랑 CT 검사도 예약되어 있는데.
구인 구직 목록을 넘기던 손가락이 점점 무거워지다
결국 화면 중앙에서 멈춰 섰다.
결국 개의치 않으려 했지만 개의치 않을 수 없는 거다,
그 사실을 애써 발밑으로 숨기고 못 본 척하려 했지만
너무 크다 보니 못 본 척할 수조차 없고.
그래서 개의치 않을 거라면서도 문제집을 사 온 걸지도 모르겠다, 발밑에 숨겨지지 않은 돈에 대한 불안감에 대한 도피처로 삼을 보험으로.
애초에 삶을 둘러싼 여러 불안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큰 이 불안에 대해 개의치 않으며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지만. 다시 한번 깨닫고 나니 입이 꽤나 쓰다,
한 손으로 잡히지도 않는 문제집의 두께만큼이나 진하게.
멋은 없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니까,
개의치 않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는 더는 아프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걱정은 하고 싶지 않은 욕심만 많은 사람이라서.
글쎄. 달려가다 턱에 걸려 넘어질 듯 목구멍에 턱 막힌 목소리로, 동생에게 하는 대답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