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내 방이 마냥 편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알고 보니 침대 매트리스가 등과 팔다리의 가죽이었다거나, 손가락과 발가락이 이불에 꿰어있나 싶을 정도로
쉬는 날이면 원 없이 시간을 보냈었는데.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천장을 보며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가는 허상을 따라가며 그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질릴 틈 없이도.
내 발이 닿을 수 있는 공간들 중 가장 편하다고 생각한
나의 방에서 멍하니 누워있는 시간이 마치 체한 것처럼 답답한 느낌이 들 때면 별일이 없어도 바깥으로 나섰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을 여분의 건전지를 사러 간다는 둥, 유효기간이 한참 남은 쿠폰을 쓰러 카페에 간다는 둥,
별일을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그렇다고 바깥이 편하다는 건 아니다,
자칭이든 타칭이든 집순이 기질은 변하지 않을 태생 같아서.
바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며 매분 매초마다
기력이 증발하는 몸은 그대로다.
그저 이전과 다르게 나를 불편하게 하는 무언가가 내 방 어딘가에 살아있달까.
몇 날 며칠을 가만히 바라봤다, 깊게 잠들지 못해 눈이 떠지는 새벽 세시 무렵이면. 천장의 벽지 무늬를 따라 커튼 물결을 넘어 책상 위의 책을 타고 내려와 바닥 장판까지 하나하나 찬찬히.
그럼에도 아직까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그게 무엇인지 조차 모르겠다.
오전에도 어김없이 불편한 마음에 어디를 나갔다 오지,
라고 생각하다 조금 억울한 기분조차 들었다.
무엇인지도 모를 내 방에 사는 무언가에 나를 내려놓고 온전히 쉴 수 있던 유일한 공간을 빼앗긴 기분이라서.
그럼에도 별 다른 방법은 없어서,
어김없이 나왔다 바깥으로, 내 방을 두고.
와중에 칼바람이 두꺼운 겨울 옷을 비집고 들어오는 추위임을 알면서도 바깥으로 향하는 내 걸음이.
방안을 서성이던 걸음보다 가벼워서.
이 일기조차 방이 아닌 바깥에서 쓰고 있어서
말문이 막힐 심통이 가슴 언저리에 맺힌다.
불청객에게 빼앗긴 오롯한 나의 쉼터는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까, 언제부터 다시 나는 내방이 마냥 편하게 느껴질까, 당연스럽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