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일

손에 쥔 것들이 조건이 되어버려서.

by 제밍






지겹다, 내리는 눈이 아니라 걱정되는 퇴근길 생각이.
이번 겨울엔 눈이 잦을 거라던 작년에 얼핏 들은 기상청 예보가 이렇게 딱 들어맞다니, 모니터를 빤히 쳐다보는 틈틈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창밖에 내리는 눈이 절경이다.
눈을 깜빡이는 순간순간마저도 보드랍게 어여쁘니,하나 언짢은 점이라면 눈을 깜빡이는 그 찰나의 순간순간마다 놓치지 않고 끼어드는 눈 쌓인 퇴근길 생각이 훼방을 놓는다는 점이랄까. 어릴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그저 눈이 내린다는 그 사실하나만으로도 그날 하루는 스노볼 속 마을 주민이 된 듯 즐거웠었는데, 직장인이라는 가볍지 않은 이름표를 달다 보니 어느새 행복에 조건이 생긴듯하다. 눈이 올 때 행복하려면 출근하지 않는 주말 이어야 한다던가, 출퇴근 시간은 피해서 와야 한다거나 하는 퍽 재미없는 조건들이. 어릴 때 꿈꾸던 스노볼 속 마을 주민이 아닌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려서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내리는 눈을 보며 눈사람을 만들고 싶은 들뜬 기분만큼 내디뎌야 할 발걸음이 무거운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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