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사진을 찍습니다, 별거별거

by 제밍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에 반박할 수 없게 된 순간은 언제부터일까.
핸드폰 갤러리엔 거의 만개 정도의 사진이 있고 지인들과 하나 둘 찍은 네 컷 사진은 벌써 앨범 두 개를 채워간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왠지 카메라만 보면 웃는 모습이 부자연스러워져 사진 찍히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썩 내켜하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이 기점인지 요즘은 틈만 나면 카메라를 켠다, 그냥 걷다가도.
매번 나를 찍는 건 아니고 제일 많이 찍는 건 하늘이나 구름, 물, 나무 같은 풍경들인데 이게 언뜻 보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그날 불었던 바람, 온도, 햇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전혀 거기서 거기일 수가 없다.


그들이 어느 순간부터 보였다. 매일매일이 다르게 불어오는 바람, 살갗에 느껴지는 온도, 눈이 부신 햇볕의 정도가.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고 싶어졌다. 매일매일 내가 일기를 쓰듯이 그들의 하루를 대신 써주는 느낌으로.
쓸데없이 핸드폰 배터리랑 용량만 낭비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찍은 사진들을 가만히 넘겨보다 보면 그런 생각은 금방 날아간다.
그냥 아무런 일도 없는, 무의미하게 지나갔다고 생각해 버리려던 하루의 풍경은 사진으로 붙잡은 기분.
그렇게 그 하루가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기분.

어떤 하루든 기억하고 싶은 점이 하나는 있으니까,

비가 오던 날엔 웅덩이에 고이는 빗방울이라든지,

구름 한 점 없던 날엔 새파랗게 질린 하늘이라든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단정 짓던 하루를 다시 발견하는 기분은 꽤나 설레고 만족스러워서. 다음 주에 돌이켜보면 무슨 날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도 남은 사진을 보면서 다시 기억하면 되니까.
이리보고 다시 봐도 역시 남는 건 사진뿐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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