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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경계
잔반 없는 날, 영양사 선생님은 식판에 남은 것들을 세 숟가락 더 먹고 오라고 나를 돌려보냈다. 급식 김치의 생강 조각을 씹으면서 산초가 들어간 추어탕처럼 비누 맛이 난다고 생각했다(비누를 먹어본 적도 없는 주제에). 그 이후로 생강은 기호의 정반대 편에 서게 되었다. 어린 혀는 자랄 줄 몰라 스물이 넘어 스시와 고추냉이는 먹을 수 있게 된 이후에도 초생강은 손사래를 쳤다.
일본에서 건너온 회사 동료의 친구가 점심을 만들어줬다. 치킨난반이라는 크로스오버 일식에 한국적 풍미를 가미한 요리를 준비했는데, 간장 소스에서 생강 향이 가득 풍겼다. 그런데 웬걸. 서른이 넘은 혀는 이제 생강을 즐길 줄 알게 된 것 같았다. 배불리 먹고 춘곤증 식곤증을 견뎌내며 이제 조금은 어른이 된 건 아닐까 생각했다(철이라곤 한참 먼 주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