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는 헤어짐의 인사

프롤로그

by 아기도토리

앤.


나는 말이지. 헤어짐의 인사말 속에는 당연히 재회의 의미가 담겨 있는 줄 알았어. “안녕. 잘 가.” 이렇게 인사하면, “응, 내일 보자.” 하는 대답이 돌아오잖아. 지금에서야 고백하는 거지만 사실 난 영원한 헤어짐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해드려, 응? 어서.”


그래서.

그래서 난, 그 마지막 말이 진정한 마지막이 아닐 거라고 굳게 믿었어.


창백하도록 하얀 병원 침대 주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어. 어머니도 있었고 언니도 있었고 알고 지내던 아저씨도 있었고 친가 쪽 친척들도 모두 자리해 있었지. 그래서 나는 잠시 망설였어. 이상하지? 급박한 상황임에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게. 아무래도 난 그 현실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 머릿속에선 아버지의 마지막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는데 마음으로는, 가슴으로는 절절하게 느끼지 못했었나 봐.

고개를 주억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던 내 모습에 진저리가 났는지 아저씨가 나에게 대꾸했어.


“지금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않으면 언제 하려고 그러니.”

“할게요. 저 혼자 아버지 옆에 있게 해 주세요.”


사람들이 모두 병실을 나서자 나는 그제야 침대에 누운 아버지 옆에 바싹 붙어 섰어. 코와 입을 감싼 호흡기에서 아버지의 옅은 숨소리가 들렸고, 목과 가슴, 그리고 팔과 손등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는 링거와 이름 모를 약물들이 보였어. 아버지는 마치 무덤 속에서 되살아난 시체처럼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었어. 너였다면 아버지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펑펑 쏟았을지도 몰라.

나는 아버지의 차가운 손등 위에 내 손을 살며시 얹었어.


“당신이 있어 행복했어요. 정말로요. 그러니까…… 이제는 당신을 아프게 하지 않는 평온한 곳에서 푹 쉬세요. …… 안녕, 아빠.


아버지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어. 그의 내장을 덮어버린 끔찍한 암 덩어리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텐데, 내 말은 정확히 알아들으셨나 봐. 어젯밤엔 내 이름도 잊어버리셨는데, 오늘은 명확하게 기억하셨나 봐. 아버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내가 태어났을 때라는 말을 내게 해줬던, 언젠가의 밤을 떠올리셨나 봐.

나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어.


헤어짐의 인사는 언제나 끝이 아닌 시작이었는데 이번만은 그렇지 못했어.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영원한 헤어짐이었던 거야.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도 이루어질 수 없는 재회가 우리 인생에 존재한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그래서 난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써.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부디 귀하게 여겨주길 바라.

너를 행복하게 하는 모든 것을 가슴 깊이 사랑하길 바라.

너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들을 숨이 벅차오를 때까지 온몸으로 느끼길 바라.


안녕, 앤.